[트럼프의 신미국] 멕시코에 고율관세 부과땐 현지 한국 기업 대미수출 타격
트럼프 정부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에 대해 재협상을 벌이기로 하면서 멕시코에 진출한 국내 기업들도 비상이 걸렸다. 멕시코산 제품에 대한 관세가 높아지면 현지 공장들이 미국으로 제품을 수출하기가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최악의 경우 미국 수출길이 막힐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23일 KOTRA에 따르면 멕시코에는 삼성전자, LG전자, 동부대우전자, 포스코, 기아자동차, 코오롱인더스트리 등 183개 한국 기업이 진출해 있다. 이들 기업은 TV, 냉장고, 세탁기, 자동차 등 완성품과 각종 부품을 멕시코에서 생산해 북미 지역으로 수출하고 있다. KOTRA 관계자는 “한국 기업 대다수가 낮은 노동비용과 무관세 혜택을 이용해 멕시코를 북미 지역 공략을 위한 수출 기지로 삼아왔다”며 “트럼프 정부가 NAFTA를 재협상해 고율 관세를 부과하면 대미 수출에 큰 타격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또 “국내 기업들이 단기간에 중남미 지역으로 수출처를 다변화하기도 어렵다”고 덧붙였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통상 압박에 미국 현지에 공장을 신·증설하는 쪽으로 방향을 튼 기업들도 나오고 있다. LG전자는 이달 초 미국 테네시주 등에 생활가전 공장 건설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는 멕시코, 브라질, 베트남, 중국, 터키 등에서 해외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그동안 북미시장에 판매하는 물량은 주로 멕시코와 한국 공장에서 조달했다. 삼성전자도 지난해 9월 인수한 미국 럭셔리 빌트인 가전업체 데이코의 로스앤젤레스(LA) 생산 공장을 확장하기로 했다.

국내 기업들의 멕시코 진출 속도가 둔화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KOTRA에 따르면 한국 기업들이 2018년까지 멕시코에 투자하기로 한 금액은 4500만달러(약 550억원)가량이다.

효성은 멕시코 토레온시에 연간 3000만개의 에어백쿠션 직물을 생산할 수 있는 공장을 짓고 있다. 올 상반기 본격 가동에 들어가는 것을 목표로 잡고 있다.

효성 관계자는 “멕시코는 지난해 북미 지역 자동차 생산량의 20% 이상을 담당한 곳으로 생산 물량의 77%가 미국에 수출되고 있는 대표적 자동차 생산기지”라며 “완성차 업체들이 미국으로 떠나게 되면 기존 미국 공장의 생산을 늘리고 멕시코 공장의 생산을 줄여야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화첨단소재, 코오롱인더스트리, 현대위아 등 멕시코에 공장을 둔 업체들도 생산량을 줄여야할 수 있다.

김순신 기자 soonsin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