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배출권 확보 전쟁] 파리협약 주도한 미국은 발 빼는데…정부, 온실가스 감축 밀어붙이기
“트럼프 행정부는 기후행동계획(Climate Action Plan)과 같은 해롭고 불필요한 정책을 없앨 것을 약속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0일 취임한 직후 백악관 홈페이지에 올린 ‘미국 최우선 에너지 계획(An America First Energy Plan)’에는 이런 구절이 담겨 있다. 기후행동계획은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대체연료 사용 등을 늘려 이산화탄소 배출을 감축하자는 내용을 담은 계획이다. 이걸 폐기하겠다는 약속은 기후변화대응보다는 석유, 셰일가스, 천연가스 등 화석연료 증산에 집중하는 정책을 펴겠다는 트럼프 정부의 의중을 재차 확인한 것이다.

이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이 후보 시절 “기후변화는 사기(hoax)”라며 오바마 행정부가 주도해 체결한 파리기후협정(2015년 12월)의 비준을 무효화하겠다는 공약을 실현할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도 한국은 파리협정에 근거해 설정한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밀어붙이고 있다. 정부는 작년 12월6일 국무회의를 열고 ‘제1차 기후변화대응 기본계획’과 ‘2030 국가온실가스 감축 기본로드맵’을 심의·확정했다. 파리협정에서 한국이 제시한 2030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치(2030년 배출 전망치의 37% 감축)를 달성하기 위한 세부 계획이다.

이에 따르면 한국의 발전(전환) 부문은 국내에서 2030년 배출 전망치의 19.4%인 6450만t을 줄여야 한다. 철강 석유화학 디스플레이 전기전자 반도체 등 산업 부문은 2030년 배출 전망치의 11.7%에 해당하는 5640만t을 감축해야 한다.

산업계에선 “한국 기업은 이미 온실가스 감축 수준이 최고에 달해 추가 감축 여력이 없다”며 “미국조차 파리협정을 재고하겠다는 마당에 한국은 정부가 앞장서 목표치를 달성하겠다고 나서는 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상열 기자 mustaf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