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의 대형마트에서 한 어린이가 비비고 만두를 맛보고 있다. CJ제일제당 제공
미국 뉴욕의 대형마트에서 한 어린이가 비비고 만두를 맛보고 있다. CJ제일제당 제공
CJ제일제당은 지난 20일 인천 중구 인천냉동식품공장에서 핵심 임원들이 모인 가운데 ‘이노베이션 세미나’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2020년까지 비비고 만두 연 매출을 1조원으로 올리고, 이 중 70%를 해외 시장에서 달성하겠다’는 비전을 내놨다. 글로벌 만두시장 1위가 되겠다는 포부다. 강신호 CJ제일제당 식품사업부문장(부사장)은 “지난 3년간 한국과 미국 중국에 2000억원을 투자해 브랜드와 연구개발(R&D), 제조 역량을 차별화했다”며 “대륙별 5대 거점 지역을 중심으로 한국식 만두 열풍을 이끌어가겠다”고 말했다.

◆비비고 만두, 안방 찍고 세계로

CJ의 '만두로드'…비비고로 세계 1등 노린다
CJ제일제당의 비비고 만두는 지난해 국내외 합쳐 3300억원의 사상 최대 매출을 기록했다. 국내에서만 매출 1600억원, 시장 점유율 44%를 달성했다. ‘2초에 한 봉지씩 팔려나간 만두’라는 별칭을 얻은 이유다.

해외 시장에서도 약진하고 있다. 비비고 만두는 지난해 미국에서 25년간 1위를 지키던 브랜드 ‘링링’을 제치고 매출 1080억원, 시장 점유율 11.3%를 달성했다. ‘만두의 천국’이라 불리는 중국 내 매출도 2015년 70억원에서 지난해 230억원으로 세 배 이상 뛰었다. CJ제일제당은 완차이페리, 삼전, 스니엔 등 중국의 3개 업체와 일본 아지노모토에 이어 글로벌 시장 5위다. 하지만 성장세는 5개 업체 중 가장 빠르다.

비비고 만두가 잘 팔리는 이유는 철저한 고급화와 현지화 전략 때문이다. 비비고 만두가 처음 출시된 2013년까지 냉동만두는 ‘만들기 귀찮아 사 먹는 인스턴트 식품’이란 이미지가 강했다. CJ제일제당은 300억원 이상을 들여 제조 방식을 바꾸고, 마케팅 비용도 500억원 넘게 썼다. 만두의 무게를 기존 개당 13.5g에서 35g으로 늘렸다. 만두피는 쫄깃한 식감을 살려 0.7㎜로 얇게 만들고, 속 재료는 갈아 넣는 대신 잘라 넣는 방식으로 바꿨다. 식감과 육즙은 살리고 첨가물은 모두 뺐다.

◆5대 거점 지역 2000억원 투자

해외에서 현지화 전략도 맞아떨어졌다. 만두는 한식이면서도 전 세계의 보편적인 메뉴다. 중국의 바오즈와 딤섬, 일본의 교자, 베트남의 짜조, 네팔의 모모, 러시아의 펠메니, 이탈리아의 라비올리, 케냐의 사모사 등이 모두 비슷한 ‘족보’다. CJ제일제당은 각 나라의 식문화를 분석해 만두를 다양하게 변형했다. 미국에서 출시된 비비고 만두는 한입 크기로 줄이고 치킨과 실란트로(고수의 종류)를 넣었다. 중국에서는 만두소에 옥수수, 배추, 오이 등의 재료를 넣어 총 17종의 비비고 만두를 내놨다. 강 부사장은 “글로벌 식품 사업이 어려운 이유는 민족, 지역 간 공통점을 찾기 어렵다는 것인데 만두처럼 밀가루 피에 속을 싸먹는 ‘랩핑푸드(wrapping food)’는 없는 곳이 없다”며 “한식을 알리면서도 다른 나라에 다가가기 아주 좋은 품목”이라고 설명했다.

CJ제일제당은 앞으로 3년간 2000억원을 추가 투자해 미국과 중국 중심의 해외 생산기지를 러시아와 독일, 베트남까지 넓힐 방침이다. 김철하 CJ제일제당 부회장은 “세계 만두 시장은 지난해 5조7000억원 규모로 연평균 3%대 성장해 2020년 6조7000억원에 달할 전망”이라며 “이 시장에서 매출 1조원을 올려 세계 1위에 도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천=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