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보고서…"글로벌 경기 호조로 우리나라 수출엔 긍정적"

올해 원유를 비롯한 원자재 가격의 오름세로 국내 소비자물가가 상승 압력을 받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은행은 22일 발간한 해외경제포커스의 '2017년 국제원자재 시장 전망 및 시사점' 보고서에서 "지난해 국제원자재 시장의 회복세가 올해도 이어지면서 원자재 가격이 높은 수준을 보일 전망"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보고서는 "올해 원유시장이 수급균형에 근접하면서 전반적인 원자재 가격 상승을 견인하는 가운데 비철금속도 인프라 시장의 활성화 등으로 강세를 보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제유가는 올해 중국, 인도 등 신흥국의 자동차 산업 호조에 따른 수요 확대, 산유국들의 감산 합의 등으로 배럴당 50달러 초중반 수준을 보일 것으로 전망됐다.

다만, 미국의 셰일오일 생산증가 가능성과 미국 달러화 강세 전망이 국제유가 상승을 제한할 수 있다.

보통 유가는 달러화 가치와 반대로 움직이는 경향이 있다.

동, 알루미늄, 아연 등 비철금속의 경우 최근 석탄 가격 상승 등으로 생산비용이 늘었고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 프로젝트 등으로 투자 심리도 개선됐다.

옥수수, 소맥 등 곡물은 작황 호조에 따른 공급과잉으로 가격이 크게 오르지 않을 것으로 분석됐다.

보고서는 "우리나라의 높은 원자재 수입 의존도를 생각할 때 물가 움직임을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며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원자재 시장 회복에 따라 상승 압력을 받을 전망"이라고 밝혔다.

특히 "원자재 가격의 소비자물가에 대한 영향이 가격 하락 때보다 상승기에 더 크다는 연구결과도 있는 만큼 앞으로 국내 물가 변동성이 커질 소지가 있다"고 내다봤다.

국제원자재 가격의 상승은 국내에서 소비자물가의 선행지표로 꼽히는 생산자물가를 끌어올리는 요인이다.

작년 12월 생산자물가지수는 100.79로 17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국제원자재 가격이 오르면 3∼6개월의 시차를 두고 중간재나 최종 제품의 가격이 상승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2014년 이후 원유 등 원자재 가격의 하락에 따른 '저물가' 현상이 멈출 가능성이 커진 셈이다.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014년 1.3%에서 2015년 0.7%로 떨어졌지만, 지난해 1.0%로 올라갔다.

한은의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1.8%다.

한은은 원자재 가격 상승에 힘입어 세계 경기가 회복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비철금속은 건설, 전자 등 경기에 민감한 산업에 사용되므로 세계 경기와 상관성이 높은 편이다.

그동안 저유가 등의 여파로 우리나라의 수출액이 감소한 점 등을 생각할 때 원자재 가격의 상승은 한국 경제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기대된다.

보고서는 "원자재 가격의 상승은 글로벌 경기의 호조를 반영한 것으로 우리 수출에 긍정적 영향을 주며 자원 수출국에 대한 우리 상품의 수요 확대 요인으로 인식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수입 원자재 가격으로 인한 생산단가가 오르면 수출 제품의 가격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존재한다.

보고서는 "원자재 가격의 강세가 우리 경제에 활력이 되고 부담은 최소화될 수 있도록 정책적 노력을 배가해야 한다"며 경기가 회복되는 자원 수출국에 대한 '맞춤형 수출전략'으로 기업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어 "생산원가 상승 등에 대응해 품질 및 생산성 제고 노력을 지원하고 중소기업 부담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 노재현 기자 noja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