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은·기보·신한금융 CEO 시장 예측 '그대로'…조직안정 위해 '빨리 빨리'
내부출신 기용 굳어지는 양상… 남은 인선, 연임 여부 관심


정유년 새해 금융권의 주요 관심사 중 하나인 최고경영자(CEO) 대규모 인선은 이변이 없는 속도전으로 이뤄지고 있다.

민간 은행에 이어 정부 입김이 작용할 수 있는 은행 등에서 내부출신을 CEO로 선임하는 경향도 굳어지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이변 없는 속도전' 추세가 앞으로 임기가 만료될 CEO 인선에서도 유지될지 관심을 두고 있다.

◇ "잡음·분란 없도록 빨리"…"예상대로네"

22일 금융계에 따르면 올해 임기가 만료되는 주요 금융기관 CEO들로는 기술보증기금 이사장(1월), 신한금융지주 회장·신한은행장, 하나은행장, 우리은행장, 수출입은행장(이상 3월), 농협금융지주 회장(4월), KB금융지주 회장 겸 KB국민은행장(11월), 농협은행장(12월) 등이 있다.

이들 기관 중 새로운 CEO가 결정된 곳은 기보와 신한금융지주 정도여서 올해 금융회사 CEO 선임 과정의 정확한 경향을 파악하기에는 이른 감이 있다.

하지만 현재까지 경향이 앞으로 이뤄질 CEO 선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게 금융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기보 이사장과 신한금융지주 회장에 지난해 말 결정된 기업은행장까지 포함하면 최근 금융권의 CEO 인선 과정은 빠르게 진행됐으며, 시장에서 예측했던 인사들이 사령탑에 올랐다.

애초 시장에서는 작년 12월 대통령 탄핵안의 국회 가결로 대통령의 직무가 정지돼 대통령이 임명하는 금융기관 CEO 인사가 지연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예상됐다.

실제 기업은행장 인선은 사상 첫 여성 은행장인 권선주 전 행장의 임기 만료일인 작년 12월 27일을 넘길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임기 종료 이후 행장 대행 얘기까지 나왔다.

하지만 정부는 12월 23일 시장의 예상대로 김도진 당시 부행장(경영전략그룹장)을 차기 기업은행장으로 내정했다.

정부는 김규옥 기술보증기금 이사장도 김한철 전 이사장의 임기 만료일인 올해 1월 15일 이전인 1월 10일 내정했다.

시장에서는 일찌감치 기획재정부 출신으로 부산시 경제부시장을 지낸 김 이사장이 유력하다는 하마평이 돌았다.

오는 3월 임기가 끝나는 한동우 회장의 후임을 뽑는 신한금융지주 회장 인선도 지난해 말에는 올해 설 이후가 돼야 결정될 것이라는 전망이 있었다.

그러나 신한금융지주는 지난 19일 회장추천위원회를 열어 조용병 신한은행장을 차기 회장 후보로 정하고 20일 이사회에서 내정자로 결정했다.

시장 관계자들은 차기 신한금융지주 회장 후보로 조 행장과 위성호 신한카드 사장을 유력 후보로 꼽았고 조 행장이 한발 앞서 있다는 전망이 우세했다.

차기 신한금융지주 회장이 빨리 결정돼 조 행장의 뒤를 이를 차기 신한은행장 인선도 당초 계획인 내달 하순보다 더 빨라질 전망이다.

민영화된 우리은행의 행장 선임도 예상보다는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우리은행은 지난 19일 최종 후보를 6명으로 압축한 데 이어 23일 면접을 실시한다.

설 연휴 전에는 최종 후보 1명을 결정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처럼 빠른 CEO 인선 과정은 내부 분란과 갈등을 막고 조직 안정을 위한 것으로 금융계 관계자들은 분석했다.

실제로 이미 결정된 CEO들의 인선 과정에서 정치권 배후, 관료 개입, 내부 세력 대립 등 확인되지 않은 의혹들이 제기되자 안팎에서 조직 안정에 대한 필요성이 제기됐었다.

내부 출신 기용도 굳어지고 있다.

국책은행인 기업은행은 김도진 행장을 포함해 3연속 내부출신을 CEO로 맞았고 민영화된 우리은행은 이사회에서 차기 행장을 내부 인사 중에서 뽑겠다고 공표했다.

◇ 연임이냐 교체냐

금융권 CEO 인사의 다른 관전 포인트 연임 여부다.

이광구 우리은행장을 포함해 함영주 KEB하나은행장, 김용환 NH농협금융 회장,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겸 KB국민은행장 등이 연임에 도전한다.

이들은 현직 프리미엄을 갖고 있어 CEO 타이틀 방어전에서 도전자보다는 유리한 셈이다.

현재 차기 행장 최종 후보 6명에 올라있는 이광구 행장은 은행의 최대 숙원이었던 민영화에 성공했고 자산건전성 개선 등 경영 성과도 거뒀다는 게 시장의 대체적인 평가다.

하지만 다른 시각도 있다.

함영주 행장도 외환과 하나은행 통합을 잘 마무리했고 실적도 괜찮았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특별한 내부 경쟁 상대가 없다"고 전했다.

김용환 회장 역시 연임 가능성이 있다.

부실 처리, 건전성 개선, 해외진출 강화 등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윤종규 회장도 실적 개선, 현대증권(현 KB증권) 인수 등의 성과를 내고 있어 연임 가능성 얘기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변수가 언제든지 돌출할 수 있어 이들 CEO가 연임을 확신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올해 불확실성이 많다는 데 이들 CEO도 공감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leesa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