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처럼 구속영장이 청구됐다가 기각된 기업인 사례는 적지 않다. 범죄 혐의에 다툼의 여지가 있고 도주나 증거인멸 우려가 없는데도 검찰이 ‘일단 구속하고 보자’는 식으로 무리하게 영장을 신청하는 관행에 법원이 제동을 걸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이번 기회에 헌법에 규정된 불구속 수사 원칙을 확립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재용 부회장 구속영장 기각] 신동빈·이장석·존 리…기업인 영장 잇단 기각 "이번 기회에 불구속 수사원칙 확립해야"
주요 기업인 가운데 구속영장이 기각된 가장 최근 사례는 지난해 9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다. 검찰이 1750억원의 횡령·배임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은 “법리상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판단해 기각했다. 당시 영장실질심사를 맡은 판사도 이 부회장의 영장을 기각한 조의연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다.

같은 달 프로야구 구단 넥센히어로즈의 이장석 구단주도 비슷한 이유로 구속을 면했다. 그는 야구장에 입점한 매장 보증금을 법인이 아니라 개인 계좌로 받아 50억원 상당의 회삿돈을 빼돌린 혐의를 받았다.

법원은 얼마 전 박동훈 전 폭스바겐코리아 사장(르노삼성자동차 사장)과 존 리 전 옥시레킷벤키저 대표(구글코리아 사장)에 대해서도 “범죄 혐의 소명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검찰이 청구한 영장을 내주지 않았다. 박 전 사장은 폭스바겐 배출가스 조작에 개입한 의혹을 샀다. 존 리 전 대표는 가습기 살균제의 유해 가능성을 알면서도 안전성 검사를 제대로 하지 않아 인명피해를 낸 혐의를 받았다.

최은영 한진해운 회장도 지난해 6월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주식을 내다팔아 손실을 회피한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됐지만 기각됐다. 당시 기각 사유는 “도주 및 증거인멸 우려가 없다”였다.

판사 출신인 한 변호사는 “우리 헌법과 형사소송법은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기 위해 불구속 수사를 원칙으로 하도록 하고 있다”며 “구속은 도주나 증거인멸 우려가 있을 때만 허용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만큼 이런 원칙을 지키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