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기권 장관 “기업들 일자리 창출을” >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뒷줄 왼쪽 두 번째)이 18일 서울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30대 그룹 CEO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이 장관은 “기업들이 상반기 채용계획을 조속히 결정해 달라”고 요청했다. 연합뉴스
< 이기권 장관 “기업들 일자리 창출을” >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뒷줄 왼쪽 두 번째)이 18일 서울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30대 그룹 CEO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이 장관은 “기업들이 상반기 채용계획을 조속히 결정해 달라”고 요청했다. 연합뉴스
18일 오전 7시30분 서울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에 삼성 현대자동차 SK 등 주요 그룹 관계자들이 속속 모습을 나타냈다.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이 주재하는 ‘30대 그룹 최고경영자(CEO) 간담회’에 참석하기 위해서였다. 간담회 주제는 ‘일자리’. 참석 기업인들의 표정은 밝지 않았다. 초청 대상 30대 그룹 가운데 20곳만 자리에 나왔다. 그나마 CEO는 두 명뿐이었고 대부분 인사담당 임원이었다.

이 장관은 간담회 내내 “기업들이 앞장서 일자리를 늘려달라”고 당부했지만 참석자들의 반응은 싸늘했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경영 상황이 안 좋은 데다 기업인 수사까지 광범위하게 이뤄지고 있어 불확실성이 그 어느 때보다 크다”며 “이런 상황에서 기업에 채용을 늘리라고 주문하니 답답한 마음이 든다”고 말했다.

◆일자리 간담회 열리긴 했지만…

[일자리 대책 '중구난방'] "주면 줬다고, 안주면 안줬다고 패면서…일자리 만들라니 참담하다"
당초 이날 간담회는 작년 11월에 열릴 예정이었지만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연기를 거듭했다. 재계에선 기업인 수사 등이 아직 진행되고 있는 만큼 간담회를 늦추길 원했지만 최근 고용시장이 급격히 얼어붙으면서 다급해진 정부가 서둘러 마련한 자리였다.

이 장관은 “올 1분기 극심해질 것으로 예상되는 청년 취업난을 완화하기 위해선 30대 그룹의 선도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며 “올해 상반기 채용 계획을 조속히 확정하고 청년 채용을 확대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면서 “정부도 30대 그룹이 일자리 창출을 실천하도록 지원하겠다”고 덧붙였다.

고용부에 따르면 청년실업률은 작년 9.8%로 역대 최고치를 나타냈다. 제조업 취업자 수도 2014년 14만6000명, 2015년 15만6000명 증가했지만 작년엔 5000명 줄었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이후 연간 제조업 취업자 수가 감소한 건 처음이었다.

이 장관의 호소에도 참석자들의 반응은 미지근했다. 대통령 탄핵을 둘러싼 특검 정국에서 확대되는 기업인 수사, 지지부진한 노동개혁 등으로 기업 경영환경에 불확실성만 커지고 있다는 불만이 쏟아졌다.

김영배 경총 부회장은 “최근 여러 가지 정치적인 상황 때문에 기업들이 많이 어렵다”며 “뭘 안 주면 안 줬다고 패고, 주면 줬다고 패고 기업이 중간에서 어떻게 할 수 없는 이런 상황이 참담하기 그지없다”고 말했다.

◆서울시 일자리 1조원 투입

취업난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정부는 물론 정치권, 지방자치단체들도 경쟁적으로 일자리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정부는 이날 공공부문에서 올 상반기 3만명을 채용하겠다고 발표했다. 서울시도 예산 1조원을 투입해 공공부문의 일자리 32만개를 만들겠다고 했다.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공공부문 신규채용을 앞당겨 1분기 1만7000명을 포함해 상반기 3만명을 채용하겠다”고 발표했다. 정부는 일자리 예산의 3분의 1 이상을 올 1분기에 조기 집행할 계획이다. 서울시는 ‘2017 서울시 일자리 종합계획’을 통해 예산 1조원을 투입해 일자리 32만개를 만들겠다고 했다. 지난해보다 신규 일자리를 4만개 더 늘리고 청년 취업 관련 컨트롤타워도 문을 열 계획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공공부문 채용 확대는 단기 해결책일 뿐 ‘포퓰리즘’(대중인기영합주의) 성격이 강하다고 지적했다. 민간 기업들이 자발적인 투자와 채용에 나서도록 환경을 조성해주지 않는 한 고용시장이 나아지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안종태 강원대 경영학과 교수는 “정부와 정치권이 쏟아내는 공공 일자리 중심의 대책은 현실성이 떨어진다”며 “장기적인 로드맵을 고민해서 기업들 스스로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심은지/강현우 기자 summ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