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외평채 성공발행 뒤엔 1초차로 70억 아낀 '최 과장의 감'
지난 12일 외국환평형기금채권(외평채) 10년물의 역대 최저 금리 발행은 기획재정부 국제금융라인의 노력에다 행운이 겹친 결과라는 얘기가 나온다.

첫 번째 운은 최지영 기재부 국제금융과장의 ‘감(感)’이 맞아떨어진 것이다. 외평채 발행금리는 기준이 되는 금리(미국 국채 10년물 금리)에 가산금리를 더해 확정된다. 가산금리와 매수 기관은 먼저 결정된다. 이후 한 시간 동안 정부는 기준이 되는 금리를 직접 결정할 기회를 갖는다. ‘금리 최저점’이라고 판단되는 시점을 찍으면 된다. ‘픽(pick)’이라고 불리는 이 결정은 최 과장이 맡았었다.

발행일 낮 12시부터 한 시간을 받은 최 과장은 미국 뉴욕 인터컨티넨탈호텔에 마련된 기재부 한국 경제설명회(IR) 임시 사무실에서 실시간 채권금리 모니터를 뚫어져라 쳐다봤다. 하향 곡선을 그리던 미 국채 10년물 금리가 연 2.321%를 찍은 12시30분께 최 과장은 외평채 발행 주관사가 있는 홍콩에 전화를 걸어 “현재 금리로 픽하겠다”고 통보했다. 이 금리에 미리 설정된 가산금리(0.55%포인트)를 더해 역대 최저 외평채 발행금리(연 2.871%)가 결정된 순간이었다. 최 과장의 통화 이후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곧바로 0.06%포인트 반등했다. 기재부는 최 과장의 결정으로 10년간 총 600만달러(약 70억원) 상당의 이자를 낮추는 효과를 거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도 도움이 됐다. 지난 11일 트럼프 당선자의 ‘알맹이 없는’ 기자회견 이후 정책 불확실성이 커지며 대표적인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미국 국채값은 상승했다(채권금리 하락).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