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선 코웨이 사장(오른쪽)이 코디와 함께 가정집을 방문해 세척과 필터교체 등 관리 서비스를 하고 있다. 코웨이 제공
이해선 코웨이 사장(오른쪽)이 코디와 함께 가정집을 방문해 세척과 필터교체 등 관리 서비스를 하고 있다. 코웨이 제공
이해선 코웨이 사장 명함에는 두 개의 직함이 적혀 있다. ‘대표이사’와 ‘대표코디’다. 코디(코웨이 레이디)는 정수기 공기청정기 등 코웨이 렌털(대여) 제품을 관리하는 방문 서비스 전문가다.

‘코디가 돼 직접 뛰겠다’는 의미로 이 사장은 대표코디를 자처했다. 말로만 하지 않았다. 코웨이 렌털 제품을 쓰는 가정집을 방문했다. 정수기 필터를 갈아 끼우고 비데를 청소했다. 사용자로부터 불평도 들었다. 올 상반기 안에 팀장급 이상 임직원 모두가 이 일을 해야 한다. 이 사장은 “현장 목소리를 반영해 제품 혁신과 서비스 개선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코웨이, 정수기 설계·서비스까지 다(多) 바꾼다
◆품질 관련 컨트롤타워 세워

이 사장이 코웨이 대표에 오른 것은 작년 10월 말이었다. 얼음정수기 일부 모델에서 중금속 니켈이 검출돼 대규모 환불과 리콜 조치가 이뤄진 직후였다. 김동현 전 사장이 책임을 지고 나간 뒤였다. ‘구원투수’로 온 이 사장의 미션은 명확했다. 무너진 고객 신뢰를 다시 쌓는 것이었다. ‘코웨이 트러스트’란 표어를 내걸고 대대적 혁신을 예고했다.

그는 현장부터 돌았다. 전국을 다니며 코디를 만났다. 소비자와 접점에 있는 코디를 격려하고 의견을 들었다. 콜센터에서 일일 상담원 역할도 했다. 보여주기 위한 게 아니었다. 무엇을 바꿔야 하는지 직접 보기 위해서였다. 임직원들이 올린 서류만 봐선 현장 상황을 정확히 알 수 없다고 판단했다.

현장 점검 뒤 조직을 곧바로 개편했다. 최우선은 제품 안전성과 서비스 강화였다. ‘무한책임위원회’를 만들었다. 제품 안전성, 고객 신뢰와 관련한 주제만 따로 떼서 다루기 위해서였다. 힘을 실어주기 위해 대표 직속 기구로 뒀다. 업무 관련성과 상관없이 전 임원들을 매주 참여시켰다.

작년 말에는 품질 관련 컨트롤타워(TQA센터)를 신설했다. 환경기술연구소와 생산운영본부로 나뉘어 있던 품질검증 부서를 통폐합한 조직이다. 여기서 품질 문제가 불거지면 영업에 손해여도 곧바로 조치를 취했다.

◆제품 설계부터 다시 시작

제품도 설계 단계부터 완전히 새롭게 구상 중이다. 정수기는 부품 하나하나 레고 블록처럼 쉽게 분리하고 조립할 수 있게 바꿀 계획이다. 필터뿐 아니라 내부 부품까지도 주기적으로 청소하고 교체해 주기 위해서다. 오염 가능성이 큰 부품부터 새것으로 갈아 끼워 주기로 했다.

이선용 코웨이 환경기술연구소장(전무)은 “자동차 부품의 교체 주기가 다 다르듯 정수기 부품도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관리 주기와 수명이 제각각”이라며 “맞춤형 관리를 할 수 있도록 부품 설계를 새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제품 개발 절차도 다시 검증한다. 외부 전문가 10여명을 불러 컨설팅을 진행한다. 이들은 코웨이 연구소에 수개월간 상주하면서 제품 개발 과정을 들여다볼 예정이다.

혁신 제품들도 내놓는다. 안마의자에 온열 기능을 넣어 ‘마사지’와 ‘팩’을 동시에 하는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 비데는 체성분을 분석하고 배변 활동에 도움을 주는 기능을 넣었다. 공기청정기는 회오리바람을 발생시켜 실내 곳곳의 공기를 빈틈없이 깨끗이 하도록 개선 중이다. 지난 5~8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전자쇼 ‘CES 2017’에선 사람 말을 알아듣고 반응하는 로봇 공기청정기도 선보였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