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경제인연합회가 12일 정기 회장단 회의를 열고 조직 쇄신 방향 등을 논의했다.

그러나 주요 그룹 회장들이 대거 불참하는 등 쇄신 작업에 동력이 생기지 않는 모습이다.

전경련은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회장단에 속한 주요 그룹 총수들을 대상으로 만찬을 겸한 정기 회장단 회의를 열었다.

회의에는 참석 대상인 18개 그룹 가운데 주요 그룹 총수들이 대부분 불참했다.

우선 전경련 탈퇴 의사를 밝힌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구본무 LG그룹 회장이 참석하지 않았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과 병상에 누운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김승연 ㈜한화 회장,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도 나오지 않았다.

포스코, 동국제강, 풍산, 삼양 등도 불참한 것으로 알려졌다.

10대 그룹에서는 전경련 회장인 허창수 GS그룹 회장만 참석했다.

회장단 회의는 회장 본인이 아닌 대리참석이 불가능하다.

회장단 회의는 공식 의사결정 기구는 아니지만, 그동안 사실상 모든 중요한 결정이 회장단 협의를 통해 이뤄졌다.

따라서 회의 참석률이 이렇게 저조했다는 것은 그만큼 전경련의 쇄신 작업이 탄력을 받지 못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전경련은 이날 회의도 비공개로 진행했고 총수들이 주로 이용하는 지하 주차장으로 연결된 길목을 통제하는 등 보안에 각별히 신경 썼다.

회의에서는 전경련이 그동안 연구한 여러 쇄신안에 대한 설명과 논의가 이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전경련 관계자는 "그동안 회원사와 학계, 경제 원로 등을 대상으로 수렴한 다양한 의견들이 논의됐을 것"이라고 전했다.

그동안 재계에서는 벤치마킹 대상으로 미국의 헤리티지재단과 같은 싱크탱크와 미국의 경제단체인 '비즈니스라운드테이블(BRT)' 등이 거론됐다.

전경련은 다음달 열리는 회원사 정기총회까지 쇄신안을 마련하겠다는 방침이다.

다음달 임기를 마치고 퇴임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허창수 회장의 후임 문제도 회의에서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오래전부터 주요 그룹 총수들이 회장을 맡으려 하지 않는 데다 최근 최순실 사태로 기업들이 전경련과 거리를 두면서 후임 구하기가 더 어려워졌다.

일각에서는 그룹 총수 대신 외부의 명망 있는 인사를 영입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2010년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 사임 이후 7개월간 후임을 찾지 못했던 것처럼 회장직이 한동안 공석으로 남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서울연합뉴스) 김동현 기자 blueke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