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 성과 긍정 요인…'최순실 게이트' 연루는 부담
이르면 이달 중 결과 나올 듯


황창규 KT 회장이 연임 도전을 공식화했다.

업계는 경영 성과와 회사 안팎의 상황을 고려할 때 황 회장의 연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KT는 6일 "황창규 회장이 CEO추천위원회에 연임 의사를 공식적으로 표명했다"며 "CEO추천위원회는 후보추천 여부를 심사 기준에 따라 심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황 회장은 5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막을 올린 세계 최대 가전 박람회 'CES 2017' 참관을 위해 현지에 머물고 있다.

최근까지 임원 인사를 미루며 연임에 대한 언급을 자제해온 황 회장은 부담 요인이었던 '최순실 게이트' 국회 국정조사가 마무리 단계에 들어선 데다 특검의 주요 수사 선상에서 KT가 제외되면서 연임 결심을 굳힌 것으로 관측된다.

KT와 마찬가지로 '최순실 게이트'에 연루된 포스코의 권오준 회장이 일찌감치 연임을 공식화한 점도 황 회장의 부담을 덜어준 것으로 보인다.

황 회장이 연임 의사를 밝히면서 CEO추천위원회는 자격 심사에 들어간다.

추천위원회는 그간의 경영 성과와 향후 비전 등을 심사해 황 회장을 CEO 후보로 추천할지를 결정한다.

황 회장의 연임이 부적절하다고 판단하면 다른 후보 물색에 들어간다.

황 회장은 일단 연임 평가의 주요 잣대인 경영 성과 면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

재임 기간 대규모 구조조정과 사업 내실화를 통해 실적 호조를 이끌었다.

취임 첫해인 2014년 KT는 8천300명이 넘는 인력을 감축하며 4천억원에 달하는 적자를 냈지만, 이듬해에는 연결 기준 영업이익 1조2천929억원을 올리며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지난해에는 2분기 연속 4천억원대 영업이익을 달성하며 3분기 만에 영업이익 1조원을 넘어섰다.

황 회장이 야심 차게 추진한 초고속 '기가 인터넷' 사업도 2년 3개월 만에 가입자 250만 달성을 눈앞에 뒀다.

대통령 탄핵소추에 따른 정국 혼란 상황을 맞아 마땅한 후임자를 찾기 힘들다는 점도 황 회장에게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과거 정권교체 이후 남중수 전 사장과 이석채 전 회장 등 전임 CEO들은 비리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다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물러났다.

업계 관계자는 "정권의 입김에 취약한 KT의 특성상 정권에 따라 차기 회장의 임기를 보장하기 힘들 수 있다"라며 "정권의 향방을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KT를 이끌 사람을 찾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황 회장 연임의 최대 걸림돌은 '최순실 게이트'다.

검찰 조사에서 KT는 청와대의 청탁을 받고 '국정농단'의 주역 중 하나인 차은택 씨의 측근을 마케팅 담당 임원으로 채용하고, 최순실 씨가 실소유한 회사에 68억원 규모의 광고를 몰아준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위원회 구성을 고려하면 황 회장의 연임에 큰 무리가 없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위원 대부분이 황 회장의 취임 이후 선임되거나 재선임됐고, 평가 비중이 큰 경영 성과 면에서 결격 사유를 찾기 힘들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2006년 사장(현 CEO)추천위원회 제도가 도입된 이래 CEO(남중수·이석채)들이 모두 연임에 성공했다는 점도 황 회장에게 힘을 실어준다.

CEO추천위원회는 이르면 이달 중 결론을 낼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차기 회장 선임 일정이 늦어진 데다 경영 불확실성을 최소화하기 위해 심사 과정에 속도를 낼 가능성이 크다는 게 회사 안팎의 관측이다.

추천위원회가 최종 선정한 회장 후보자는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정식 선임된다.

(서울연합뉴스) 고현실 기자 okk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