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한국을 이끌 5대 산업] '슈퍼 호황' 반도체 필두로 석유화학·항공 수익 늘린다
2017년 국내 경제 전망은 밝지 않다. 중국 내 산업 구조조정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유럽 정치 불안 등이 국내 산업계를 흔들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전망이 밝은 산업을 꼽기 힘든 게 현실이다. 하지만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반도체, 가전, 정유, 석유화학, 항공 등 5대 산업만큼은 한국 경제를 지탱하는 데 버팀목 역할을 할 것이란 예상이 나오고 있다. 이들 5대 산업은 지난해 역성장하는 산업군이 속출하는 상황에서도 성장을 멈추지 않았다. 2017년에도 각 산업별로 수익성 강화 전략을 앞세워 규모를 유지, 성장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반도체

[2017 한국을 이끌 5대 산업] '슈퍼 호황' 반도체 필두로 석유화학·항공 수익 늘린다
반도체 업계는 올해 초호황을 이어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D램과 낸드플래시 가격이 모두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는 데다 수요도 이어지고 있다.

D램은 공급량 증가가 제한되고 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D램을 생산하는 3곳이 모두 증설을 망설이면서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고 있다. 가격이 좋은데도 증설하지 않는 것은 미세공정 기술이 10나노미터(㎚)까지 발전해 어려워지면서 1개 공장을 증설하는 데 15조원 이상의 돈이 투입돼야 해서다. 장기 수요가 급격히 늘어난다면 투자할 수 있지만, 지금처럼 조금씩 늘어선 투자가 D램 값 하락을 부를 수도 있다는 게 업계 판단이다. 공정 미세화가 더 이상 쉽지 않은 점도 D램 공급량이 대폭 늘어나기 힘든 이유의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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낸드는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시장 확대에 힘입어 수요가 매년 30~40%씩 급성장 중이다. 삼성전자가 경기 평택에 15조원을 투자해 내년 6월 3D 낸드 공장을 가동하고, SK하이닉스도 이날 3차원(3D) 낸드 공장을 새로 짓겠다고 밝힌 이유다.

이는 실적으로 드러난다. 미국 마이크론은 지난달 21일 지난 분기(8~11월) 전 분기보다 23% 증가한 39억7000만달러의 매출과 1억8000만달러의 순이익을 올렸다고 밝혔다. 지난 분기 1억7000만달러 적자에서 흑자 전환한 것이다. 마크 던컨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분기에 D램과 낸드 판매량이 각각 18%, 26% 늘었고 D램 평균 판매가는 5%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4분기 반도체 사업에서만 4조원 이상, SK하이닉스는 1조원 이상 영업이익을 올릴 것으로 증권업계는 보고 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

■디스플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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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플레이산업은 올해 거대한 변화를 맞는다. 지난 10년간 산업을 주도해온 LCD(액정표시장치)가 본격적으로 OLED(유기발광다이오드)에 자리를 내줄 전망이다.

산업이 변곡점을 맞으면서 디스플레이 가격은 요동칠 것으로 전망된다. OELD는 아직 공급이 모자라는데 수요가 급증하면서 강세를 보일 것으로 보인다. 또 일부 업체가 수요 약세가 예상되는 LCD 라인을 지난해 말 조기 폐쇄, LCD 가격도 공급 감소 영향으로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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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조사업체 IHS마킷은 내년 OLED 시장이 올해보다 32%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OLED 수요는 특히 스마트폰용 등 중소형 시장에서 급증하고 있다. 2~3년 전만 해도 삼성전자만 스마트폰에 OLED 패널을 채용했지만 작년부터 화웨이 오포 비보 등 중국 업체들이 OLED 패널 탑재를 늘리고 있다. 게다가 오는 9월께 출시될 애플 아이폰8도 OLED 패널을 쓸 것으로 관측된다.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1, 2, 3위인 삼성 애플 화웨이가 모두 OLED 패널을 쓰는 것이다. 하지만 업계에선 삼성디스플레이 외엔 대부분 중소형 OLED 패널을 충분히 생산하지 못하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올해 OLED 패널을 팔아 막대한 수익을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

LCD도 가격 강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삼성디스플레이가 아산 7공장 1단계 라인을 작년 말에 폐쇄, 40인치 패널 공급량이 줄어서다. 여파는 다른 인치대 패널로도 이어지고 있다.

한 해 1000만대가량의 TV 패널을 생산해온 샤프가 최근 삼성전자 LG전자 하이센스 등에 공급을 중단하겠다고 통보한 것도 LCD 패널 시장에 영향을 줄 변수로 꼽힌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

■정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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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업계는 지난해 최대 호황을 누렸다. 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 등 정유 4사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사상 처음으로 7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추정된다. 이전 최대 기록인 2011년(6조8135억원)을 훌쩍 뛰어넘는 수준이다. 2015년과 비교하면 50% 이상 늘어날 전망이다.

문제는 올해다. 지난해 실적 개선이 ‘기저 효과’로 작용하면서 올해는 이익이 큰 폭으로 늘긴 어려운 게 현실이다. 삼성증권은 “올해는 추가 개선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내다봤다.

[2017 한국을 이끌 5대 산업] '슈퍼 호황' 반도체 필두로 석유화학·항공 수익 늘린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감산 합의로 유가의 하방 경직성이 커진 점은 호재다. ‘시차 효과’ 때문이다. 정유사가 해외에서 원유를 들여올 때는 보통 40일가량 걸린다. 이 과정에서 유가가 오르면 낮은 가격에 들여온 원유를 정제해 비싸게 팔 수 있어 정유사에 유리하다. 유가가 배럴당 1달러 오르면 국내 정유 4사의 영업이익이 연간 1300억원가량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유가는 OPEC 감산 합의 이후 40달러 선에서 50달러대로 올라섰다. 다만 미국 셰일오일 생산이 늘어날 수 있는 만큼 과거처럼 유가가 급등하기는 쉽지 않다는 분석도 많다. 정유업계 이익을 좌우하는 핵심 변수는 늘 그렇듯 정제마진(원유를 정제해 남기는 이익)이다. 정제마진은 지난해 초에 배럴당 10달러 안팎까지 치솟기도 했다. 이후 8월에 배럴당 3달러대로 떨어지며 “알래스카의 여름(짧은 호황)이 끝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쏟아졌지만 연말에는 배럴당 6~7달러대로 올라섰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

■석유화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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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화학 업종은 작년에 이어 올해도 호황을 이어갈 전망이다. NH투자증권은 석탄과 에탄가스 가격 상승으로 올해 국내 석유화학 업체들의 이익이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석탄 가격 상승은 중국 화학업체에 악재다. 중국 화학업체들은 주로 석탄을 기반으로 화학제품을 만든다. 중국 정부가 지난해 환경 오염 문제로 석탄 생산을 제한하면서 석탄값이 뛰었다. 그 결과 중국 화학사들의 원가 경쟁력이 떨어졌다. 반대로 국내 화학사들은 반사이익을 누렸다. 국내 화학사들은 원유를 정제할 때 나오는 나프타로 화학제품을 생산하기 때문에 중국 업체보다 원가 경쟁력이 커졌다.

[2017 한국을 이끌 5대 산업] '슈퍼 호황' 반도체 필두로 석유화학·항공 수익 늘린다
에탄가스 가격 상승도 같은 이유로 국내 화학사에 호재다. 미국 화학사들은 주로 에탄가스를 기반으로 화학제품을 만든다. 에탄가스 가격이 오르면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국내 화학사들은 지난해 중국과 미국 업체의 고전으로 반사이익을 누린 가운데 에틸렌 등 석유화학 제품 가격이 상승하면서 이익이 커졌다. 올해도 제품 수요만 꾸준히 뒷받침된다면 이익이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다만 지난해 유례없는 호황을 누린 만큼 올해는 ‘기저 효과’로 이익 증가폭이 둔화될 수 있다. LG화학, 롯데케미칼, 한화케미칼 등 국내 화학사 빅3는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5조원대 영업이익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업체 중 순수 석유화학 업체인 롯데케미칼이 올해도 가장 안정적인 이익 증가세를 보일 것으로 증권업계는 보고 있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

■항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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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항공산업의 성장세는 올해도 지속될 전망이다. 여행 수요가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예상돼서다. 국내 연간 항공여객 수는 지난해 처음 1억명을 돌파했다.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을 앞두고 국내를 찾는 해외 여행객도 꾸준히 늘어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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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제주항공 진에어 이스타항공 등 저비용 항공사(LCC)의 확장세가 항공산업 성장을 이끌 것이란 전망도 많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국제선 여객에서 LCC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달 22.1%를 기록했다. 해외 여행객 5명 중 1명은 LCC를 탔다는 얘기다. LCC의 국제선 여객 수송 점유율은 지난해 8월 처음으로 20.4%를 기록하며 20%를 돌파한 이후 계속 높아지는 추세다. 2015년 같은 기간 16.2%보다 5.9%포인트 상승했다.

LCC의 노선 및 운항편이 증가하며 저렴한 항공편 공급이 늘어나면서 ‘항공업계 비수기’가 사라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통상 11월은 계절적 비수기로 통하지만 지난해 11월 전체 항공여객은 832만명으로 2015년 동기보다 8.7% 증가했다.

다만 세계 경제 저성장 기조가 계속 이어지고 유가가 오를 우려가 있어서 안심하긴 이르다는 지적이 있다. 저유가 기조로 수익성에서 재미를 본 지난해와는 다를 수 있다는 얘기다. 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의 영향으로 항공화물 시장이 위축될 수도 있어 시장환경 변화에 따른 대응 전략이 중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