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부터 해상도 8K급 등 연 16조원 양산…도쿄올림픽에도 사용

대만 폭스콘(훙하이<鴻海>정밀공업)에 인수된 일본 샤프가 삼성에 TV용 액정(LCD)패널 공급 중단을 통보한 가운데 궈타이밍(郭台銘) 훙하이그룹 회장이 중국 광저우(廣州)에 10조원 규모의 액정패널 공장을 짓는다.

궈 회장은 전날 광저우시 정부와 610억 위안(10조5천억원) 규모의 디스플레이 생산단지 투자 협정을 체결하고 10.5세대 LCD 생산라인을 조성하기로 했다고 대만 중앙통신이 31일 보도했다.

궈 회장이 개인 명의로 지분을 갖고 샤프와 공동으로 운영하는 액정패널 기업 일본 사카이(堺) 디스플레이 프로덕트(SDP)가 투자 주체다.

이 라인에서는 오는 2019년부터 연산 920억 위안(15조9천억원) 규모의 디스플레이, 스마트TV, 전자패널용 LCD 제품을 양산하게 될 예정이다.

훙하이는 광저우에서 패널 기술의 연구개발에도 나설 계획이다.

협정 서명식에는 런쉐펑(任學鋒) 광저우시 서기 등이 대거 참석했다.

궈 회장은 생산될 디스플레이 패널의 해상도가 육안의 4배인 8K에 달해 3D 효과를 볼 수 있으며 환자 내시경 검사에서도 활용돼 오진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이미 2020년 도쿄(東京) 올림픽조직위원회가 이 패널의 사용을 결정했으며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도 채택이 유력시된다고 덧붙였다.

궈 회장의 이번 LCD 공장 투자는 지난 14일 샤프가 삼성전자에 대해 TV용 LCD 공급을 중단하면서 거래 중지를 선언한 것과 맞물린 것으로 보인다.

샤프가 당시 자사의 최대 고객인 삼성에 대한 LCD 공급을 중단키로 한 이유를 밝히지 않았지만 시장은 삼성을 경쟁자로 간주하고 있는 모기업의 궈 회장의 입김이 작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5인치 단위의 8.5세대 설비를 갖고 있는 삼성은 그동안 10.5세대 기술을 갖고 있는 샤프로부터 40인치와 50인치, 60인치, 70인치 등 10인치 단위의 중대형 패널을 공급받아 TV 완성품을 생산해왔다.

삼성 전체 조달량의 10% 이상에 이르는 샤프 물량의 공급 중단에 따라 삼성은 TV 완성품 생산에 적지 않은 타격을 입을 것으로 우려된다.

궈 회장은 애플 아이폰을 생산하는 대만 IT기업 폭스콘의 최고경영자(CEO)로 수시로 공공연히 '삼성 타도'를 외쳐왔다.

궈 회장은 이날 협정 조인식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이번 디스플레이 사업을 포함해 자신의 수중에 30건의 투자 대상 프로젝트가 있다면서 공격적인 투자에 나설 계획을 내비쳤다.

그는 또 "폭스콘은 중국에서 나가지 않고 계속 사업할 것"이라며 "오늘 협정 조인이 가장 좋은 반증"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폭스콘이 1988년 선전에 투자한 것은 당시 광저우 교통사정이 불편해 불가피한 측면이 있었다"고 양해를 구한 뒤 "28년 만에 성사된 이번 광저우 투자협상에 걸린 시간이 50일에 불과했다"고 말했다.

(상하이연합뉴스) 정주호 특파원 joo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