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디스플레이 '슈퍼 호황'…조선·자동차는 반등 노려
새해 한국 경제는 반도체, 디스플레이, 석유화학 등 3대 산업이 이끌 전망이다. 공급은 줄지만 수요는 늘어나는 업종이라는 게 이들 산업의 특징이다. 경쟁국과 기술 격차도 크다.

반도체산업은 2017년에도 초호황을 이어갈 전망이다.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클라우드 등의 확산으로 고용량 메모리 수요가 확대되고 있어서다. PC, 스마트폰에 탑재되는 메모리 용량도 커지고 있다. 낸드플래시 시장은 하드디스크를 대체하는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수요로 인해 급성장하고 있다.

디스플레이업계는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성장세를 기대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은 내년 OLED 시장이 올해보다 32%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스마트폰에 주로 들어가는 중소형 OLED 패널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2~3년 전만 해도 삼성전자만 OLED 패널을 썼지만 화웨이 오포 비보 등 중국 업체에 이어 내년엔 애플도 아이폰8에 OLED 패널을 쓴다.

석유화학업계는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대박’을 전망하고 있다. 저유가에 따른 혜택을 고스란히 볼 것이라는 분석이다.

휴대폰과 정유, 항공, 철강 등의 업계에서는 우려와 기대가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철강업계는 내년 철광석 가격 인상과 중국의 대규모 구조조정으로 인한 감산 등을 기대하고 있다. 중국 정부가 공언한 대로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하면 공급과잉 현상이 다소 해소된다. 중국의 구조조정이 흐지부지될 경우 철강업계는 다시 위기에 빠질 가능성도 있다.

휴대폰 시장은 성장 정체가 우려된다. 스마트폰 최대 소비 시장인 중국을 비롯해 브라질 멕시코 등 신흥시장에서도 수요가 줄고 있다. 반면 화웨이 오포 비보 등 중국 기업들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한국 기업을 위협하고 있다. 항공산업은 성장세가 예상되지만 국제 유가가 상승할 경우 수익성이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정유산업은 올해 사상 최대 이익을 냈지만 유가가 급변해 정제 마진이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자동차산업은 내년에도 어려운 한 해를 보낼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의 신차 구입 지원 정책 종료와 가계부채 상승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으로 수요가 줄어들 것이란 전망이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는 내년 자동차 내수 판매가 올해보다 2.8% 줄어든 175만대 수준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조선산업과 해운산업은 내년에도 위기를 헤쳐 나가야 하는 상황이다. 올해 조선업계를 덮친 ‘수주절벽’은 내년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세계 경기가 악화되면서 선주사들이 발주를 미루고 있기 때문이다.

해양플랜트 발주도 지연되고 있다. 영국 조선·해운 분석업체 클락슨은 내년 한국 선박 수주량을 254만1000CGT(표준환산톤수)로 전망했다. 2011~2015년 연평균 수주량(1056만3000CGT)의 24.1%에 불과하다. 해운산업 사정도 비슷하다. 앞으로 5년간은 위기 상황이 지속될 것이라는 게 업계 전문가들 분석이다. 생존을 걱정해야 할 판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