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시적 자금난 중소기업 10억까지 대출 보증
내년 1월부터 일시적 유동성 위기를 겪는 중소기업에 신규 자금을 지원하는 ‘중소기업 유동성 신속지원 프로그램’이 새로 도입된다. 중소기업이 은행에서 신규 대출을 받을 때 신용보증기금 등이 최대 10억원까지 보증하는 제도다.

금융위원회는 올해 말까지 운영되는 ‘중소기업 지원 패스트트랙’을 대체할 새 유동성 지원제도인 ‘신속 금융지원 프로그램’을 신설, 내년부터 2021년까지 5년간 운영한다고 27일 발표했다. 새 제도는 일시적 유동성 위기에 처한 중소기업에 채권 회수 유예, 만기 연장, 정책기관 보증 등을 종합 지원한다.

지원 대상은 채권은행 신용위험평가(A~D등급)에서 B등급으로 분류된 기업이며 신용보증기금과 기술보증기금이 은행 대출의 60~70%(최대 10억원)를 보증해준다. C등급으로 분류되면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D등급은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간다.

금융위원회가 내년에 중소기업 대상의 유동성 신속지원 프로그램을 도입하는 것은 기존의 패스트트랙 프로그램(FTP)이 올해 말 종료되기 때문이다. 내년에도 경기침체가 계속되면서 중소기업의 유동성 위기가 커질 것이란 우려가 큰 만큼 FTP를 대체할 장치가 필요하다는 게 금융위 판단이다. 신속지원 프로그램은 기존 FTP의 장점을 살리고 문제점을 보완한 형태로 설계했다.

FTP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중소기업의 어려움이 가중되자 그해 10월 도입한 제도다. 신용도가 낮아 은행대출을 받기 힘든 중소기업에 대출 만기를 연장하고 신규 자금을 지원해줬다. 지난 7년간 이 제도를 통해 지원받은 중소기업은 7100여개사로, 이 가운데 4800곳이 경영 정상화에 성공했다고 금융위는 밝혔다. 이달 FTP를 이용 중인 기업은 600여개사로 은행 대출 등 지원액은 약 3조원이다.

금융위는 이번에 FTP의 틀은 유지하되 일부 문제를 보완했다. 먼저 지원 기간을 3년으로 제한하고 채권은행 간 협의해 1년 더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8~9년씩 정부 지원에 의존하는 관행을 없애기 위해서다.

또 지원제도 졸업기업에는 신용보증기금·기술보증기금의 일반보증 비율을 90%까지 유지해주고 보증료율도 0.2%포인트 낮춰줄 계획이다. FTP 지원을 받고 있는 600개 기업에 대한 연착륙 방안도 내놨다. 올해 말로 지원 기간이 끝나는 500개 기업에는 2018년 말까지 2년간 대출 분할상환 등을 허용하기로 했다. 나머지 100개 기업은 채권은행의 신용위험평가를 거쳐 새 제도로 편입하기로 했다.

금융위는 내년 중소기업 정책자금도 확대하기로 했다. 산업은행 등 정책금융기관의 내년 중소·중견기업 자금 지원액을 당초 141조원에서 150조원으로 늘릴 계획이다. 내년 기술금융 공급 규모도 당초 67조원에서 80조원으로 늘리기로 했다. 기술금융은 담보가 부족해 은행 대출을 받기 힘든 초기 창업기업 등에 기술력을 담보로 돈을 빌려주는 제도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