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사업이 ‘애플 이탈 충격’을 이겨내고 올해 10% 이상 성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과거 ‘애플 천수답’이던 파운드리사업이 자생력을 갖췄다고 보고 사업부 분할을 추진 중이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 파운드리사업팀은 올해 작년보다 10% 이상 늘어난 40억달러대 매출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시스템LS사업부 매출은 100억달러를 넘어섰다.

파운드리사업은 지난 몇 년간 삼성 반도체사업 중 ‘미운 오리 새끼’였다. 2007년부터 애플의 아이폰용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주문을 받으면서 성장했지만, 2012년부터 애플이 대만 TSMC에도 물량을 나눠주자 실적이 하락했다. 애플은 올 9월 출시한 아이폰7부터는 아예 모든 AP를 TSMC에서만 제작하고 있다.

올해 이런 애플 이탈 충격을 극복했다. 가장 큰 공신은 퀄컴이다. 삼성은 3년 전부터 퀄컴 AP를 생산 중이며, 퀄컴이 내년 초 처음 내놓을 서버 칩도 생산을 준비하고 있다. 삼성은 미국 AMD의 PC용 중앙처리장치(CPU)와 그래픽칩도 생산 중이며 엔비디아의 그래픽칩도 일부 수주했다. 그래픽칩은 크기가 커 수익성이 높다. 삼성은 미국 암바렐라의 이미징 프로세서도 제조하고 있다. 이 칩은 고프로 등 웨어러블 카메라 수요가 늘면서 올해 주문량이 대폭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4분기 테슬라에서 자율주행용 반도체도 수주했다. 모델 S 등에 자율주행 기능을 적용한 테슬라는 그동안 모빌아이, ST마이크로에서 칩을 공급받았다. 최근 사고가 터지자 중장기적으로 칩을 자체 설계하기로 하고 공동 개발 및 파운드리를 삼성에 맡겼다.

이처럼 많은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업체)가 삼성에 몰린 건 기술력 덕분이다. 삼성전자는 첨단 10나노미터(㎚) 공정을 TSMC에 앞서 개발해 지난 10월 양산을 시작했다. 내년 초 출시될 갤럭시S8에 장착할 퀄컴의 AP 스냅드래곤 835와 서버칩이 모두 이 공정에서 생산된다. TSMC는 10㎚ 경쟁에서 뒤지자 차기 공정인 7㎚에 집중하고 있다. 도현우 미래에셋증권 애널리스트는 “삼성은 10㎚에서 TSMC의 빈자리를 파고들어 여러 고객을 유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