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내년 3월부터 시행하는 자동차보험 표준약관 개정안은 사망·후유장애 위자료를 현실화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소득수준이 오르고 물가는 급등했는데도 보험 약관상 사망·후유장애 위자료는 13~14년 전과 똑같다는 지적을 반영한 조치다. 음주운전 사고차량 동승자에 대한 보험금 지급액을 줄이는 등 교통사고 차량 동승자에 대한 보험금 지급기준을 재정비한 것도 특징이다.
음주운전차량 동승자는 보험금 40% 덜 받는다
자동차보험 중 대인배상은 교통사고로 다른 사람을 사망 또는 다치게 할 경우 피해액을 보장하는 보험이다. 보장한도에 따라 대인배상1과 대인배상2로 나뉜다. 대인배상1은 교통사고로 사망·장애·부상을 당한 피해자에 대해 일정 한도까지 의무적으로 보장해주는 보험이다. ‘책임보험’이라고 한다. 책임보험의 보장범위는 사망 1억5000만원, 후유장애 1억5000만원, 부상 3000만원 등이다. 이를 초과한 피해액은 대인배상2(종합보험)로 보장받을 수 있다.

금감원이 이번에 개정하는 표준약관은 책임보험(대인배상1)에 관한 내용이다. 현행 사망위자료는 4500만원(19세 이상~60세 미만)이다. 하지만 법원에 소송을 제기하면 최대 1억원까지 위자료를 받을 수 있다. 이 때문에 교통사고 피해자 10명 중 7명꼴로 표준약관이 아니라 법원 소송을 통해 위자료를 받거나, 보험사와 합의(특인처리)해 법원 위자료 판결예상액의 70~90%를 받는 게 현실이다. 금감원은 이런 문제점을 감안해 사망위자료를 8000만원(60세 미만)으로 높이기로 했다. 교통사고로 큰 부상을 입을 때 지급받는 후유장애 위자료도 대폭 올리기로 했다. 60세 미만의 사고 피해자가 식물인간 또는 사지마비 상태가 된 경우 지금은 3150만원의 위자료를 주던 것을 6800만원으로 높이기로 했다. 장례비도 300만원에서 500만원으로 올릴 방침이다.

교통사고로 중증상해를 당한 피해자를 위해 입원간병비를 지급하는 조항도 신설된다. 지금은 식물인간, 사지마비된 때에만 가정간호비를 주는데 앞으로는 상해 1~5등급 피해자도 간병비를 보험금으로 지급받는다.

금감원은 사고차량 동승자에 대한 과실비율도 바꿨다. 현행 표준약관은 음주운전 차량에 탔다가 교통사고로 장애·부상을 입은 동승자에 대해 대인배상 보험금을 덜 지급하는 규정이 없다. 하지만 내년 3월부터는 음주운전 차량임을 알고도 함께 탔다가 장애·부상을 당하면 대인배상 보험금 중 40%를 뺀 나머지만 지급받는다. 금감원은 “음주운전을 막을 책임이 있는 동승자도 처벌한다는 정부 방침과 법원 판례를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