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액화천연가스(LPG) 시장의 라이벌인 SK가스와 E1의 운명이 올해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1위 업체인 SK가스는 1985년 창사 이래 사상 최대 실적을 눈앞에 두고 있는 반면 2위인 E1은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차량용 LPG 판매가 매년 꾸준히 감소하는 상황에서 SK가스는 신사업을 통해 새로운 성장 기회를 찾은 반면 E1은 이렇다 할 신성장 엔진을 마련하지 못한 결과다.
'LPG 라이벌' SK가스 - E1의 엇갈린 운명
◆SK가스 뛰고, E1 기고

SK가스의 영업이익은 2011년 1634억원으로 정점을 찍은 뒤 지난해까지 4년 연속 내리막길을 걸었다. 작년 영업이익은 935억원에 그쳤다. LPG차량 등록 대수가 매년 2~3%가량 감소하면서 차량용 LPG 판매도 덩달아 쪼그라든 탓이다. 차량용 LPG는 SK가스 매출의 40%가량을 차지한 핵심 사업이었다. 휘발유차와 경유차에 밀려 LPG차가 맥을 못 추면서 차량용 LPG 시장 전망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SK가스는 석유화학용 LPG사업을 통해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다. 올 3분기까지(1~9월) 149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작년 같은 기간(612억원)보다 143% 늘어난 규모다. 올 연간 기준으로는 2000억원에 육박할 전망이다.

반면 E1은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올 들어 3분기까지 누적 영업이익이 151억원에 그쳤다. 작년 같은 기간 463억원보다 67% 줄었다. LPG 외에 이렇다 할 신사업을 찾지 못한 데다 자회사인 LS네트웍스가 실적 부진으로 구조조정을 겪고 있는 점이 악재로 작용했다. E1은 LS네트웍스 지분 81.8%를 갖고 있다.

◆석유화학용 LPG가 효자

SK가스의 실적 개선 비결은 적극적인 사업 다각화다. SK가스는 2013년부터 기존 LPG 사업의 한계를 절감하고 신규사업 발굴에 적극 나섰다. 그해 울산 탱크터미널 회사인 지허브를 설립한 데 이어 2014년 부동산 개발,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하는 SK디앤디(옛 SK아페론)를 인수했다. 특히 지난 5월 사우디 화학기업 APC, 쿠웨이트 국영 화학사 PIC와 함께 울산 프로판탈수소화(PDH) 공장을 준공한 것이 실적 호전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LPG를 원료로 투입해 화학제품인 프로필렌을 생산하는 공장이다. SK가스는 효성과 태광산업 PDH 공장에도 LPG를 공급하고 중국 PDH 공장에도 직접 LPG 판매를 늘렸다.

그 결과 SK가스의 국내외 LPG 판매량은 올 들어 3분기까지 780만t으로 작년 연간 판매량 585만t을 훌쩍 뛰어넘었다. 국내 LPG 시장 점유율도 지난해 35.6%에서 올해 44% 수준(3분기 누적)으로 뛰었다. SK가스 관계자는 “차량용 LPG 수요 감소를 메우기 위해 PDH 공장 등 석유화학용 LPG 시장에 눈을 돌린 결과가 주효했다”고 말했다.

최창원 SK가스 부회장도 사업 다각화에 힘을 실어줬다. 올초만 해도 프로필렌 마진(프로필렌 가격-LPG 가격)이 t당 100달러 선까지 추락하면서 PDH 공장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우세했다. 하지만 프로필렌 마진이 이달 들어 t당 400달러 후반까지 회복되면서 효자 노릇을 하고 있다.

향후 SK가스 실적의 핵심 변수는 나프타 대비 LPG 가격 비율이다. 프로필렌은 LPG나 원유를 정제할 때 나오는 나프타를 원료로 쓰기 때문에 나프타 대비 LPG값이 쌀수록 SK가스에 유리하다. 지난해 97%에 달한 이 비율이 올 들어 86%(1~3분기 평균)로 떨어지면서 SK가스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됐다.

SK가스 측은 “앞으로 2~3년간은 LPG 가격 경쟁력이 유지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의 LPG 수출이 본격화되면서 국제 LPG 가격이 안정됐다는 이유에서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