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님과 '갠톡' 까지…식품업계 CEO들의 '카톡 경영'
샘표 홍보팀에서 근무하는 이진선 씨(29·사원)는 얼마 전 이 회사 박진선 사장에게서 모바일 메신저인 ‘카카오톡’(카톡) 메시지를 받았다. 샘표 육포 브랜드인 ‘질러’의 홍보 계획과 관련해 결재를 올렸는데 박 사장이 기안자인 이씨에게 직접 궁금한 사항을 물어본 것. 이씨는 “사장이 업무와 관련해 카톡으로 직원들과 직접 소통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당황하진 않았다”며 “신입사원이라도 직접 일할 당사자에게 질문하는 것을 선호하신다”고 말했다.
사장님과 '갠톡' 까지…식품업계 CEO들의 '카톡 경영'
보수적이라는 식품업계에서 ‘카톡 경영’을 하는 최고경영자(CEO)들이 화제다. 이들은 임직원에게 카톡으로 지시를 내리거나 보고를 받는다. 대면보고에 비해 시간을 아낄 수 있고, 일선 실무자들로부터 현장감 있는 보고를 들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샘표 관계자는 “대부분의 직원이 사장과 직접 카톡을 하며 회의 일정을 잡거나 간단한 보고를 한다”며 “사장이 카톡 대화를 선호하다 보니 팀장급을 비롯해 사내 임직원 모두 카톡을 활용한 의사소통이 활성화돼 있다”고 말했다.

김정수 삼양식품 사장은 매일 아침 팀장들로부터 업계 관련 기사나 업무 사항을 카톡으로 보고받는다. 또 직원들의 업무에 관한 애로사항이나 고민 등도 ‘갠톡’(개별 카톡)으로 듣는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1년차 사원이 카톡으로 회사 내 근무복장을 좀 더 편하게 했으면 좋겠다는 건의를 한 적이 있었는데 김 사장이 이를 듣고 곧바로 개선 조치를 취했다”며 “딱딱한 기업문화를 조금씩 바꿔나가는 데 카톡이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업무뿐 아니라 직원들의 결혼이나 육아 관련 고민 등에 대해서도 카톡을 통해 인생 선배로서 조언해준다”고 말했다.

신정훈 해태제과 사장도 직원들과 스스럼없이 카톡을 한다. 신 사장은 특히 제품과 관련한 아이디어가 떠오를 때면 담당자와 갠톡으로 의견을 나눈다. 업계 관련 소식과 기사도 빠짐없이 단톡(단체 카톡)방에 스크랩하고 배울 점은 없는지를 점검한다. 해태제과 관계자는 “제품에 대한 소비자 반응이나 시장의 최신 경향에 대해 카톡으로 의견을 공유하기 때문에 직원들이 자연스럽게 CEO의 생각을 알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노정동 기자 dong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