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창업이 희망이다] "작게 시작해 날카롭게 시장 접근…고객층 좁혀 서비스 만족도 높였죠"
“스타트업이란 본래 남들이 불가능하다고 하는 것에 도전해 변화를 만들어내는 것입니다.”

박수근 NBT 대표(사진)는 지난 23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캐시슬라이드를 처음 구상했을 때 모두 이 사업은 안 된다고 했지만 우리는 기어코 해냈다”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스타트업이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을 더 잘하게 하는 게 아니라 남들이 안 된다고 하는 일을 가능케 하는 게 본질”이라며 “지금도 우리는 남들이 안 된다고 하는 일에 하나씩 도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서울대 경영학과 재학 시절부터 창업을 꿈꿨다. 하지만 “아무런 사회 경험 없이 창업에 나서는 게 두려웠다”고 한다. 그래서 대학을 졸업한 2010년 세계적인 컨설팅 회사 BCG의 한국지사에 입사했다. 그는 2년 만에 BCG를 나와 ‘불확실성이 가득하고 위험하기 짝이 없는’ 창업의 길을 택했다.

박 대표는 “뭔가 허전하고 가슴이 먹먹했다”고 창업 동기를 설명했다. 남들이 부러워하는 직장에 다녔지만 ‘현재의 중요 이슈에만 매몰돼 다가오는 변화에 대응하거나 새로운 도전을 하기 힘든’ 한계를 절감했다는 것이다. 그는 “지금 잘되고 있는 분야가 아니라 차세대 대박상품(next big thing)을 찾고 싶었다”며 “그래서 회사 이름도 그 약자인 NBT로 지었다”고 했다.

박 대표를 포함해 BCG 출신 3명, 개발 전문가 1명 등 창업 멤버 4명이 모두 이전에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옥탑방에 모여 캐시슬라이드를 기획했다. 반응은 냉랭했다. “안 된다”는 반응과 거절을 수십번, 수백번 반복해서 들어야 했다. 심지어 제품이 나오고 수백만 다운로드를 기록하는 순간에도 대부분은 “그게 한계야. 더 이상은 안돼”라고 했다. 박 대표는 그래도 “주변의 이런 냉소적인 반응에도 창업자와 직원들의 믿음과 희망이 있었기에 지금까지 올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경쟁이 치열했던 한국과 중국의 스마트폰 화면잠금앱 시장에서 1위를 할 수 있었던 것에 대해 “작게 시작해 뾰족하고 날카롭게 시장에 접근했기 때문”이라는 표현을 썼다. 초기에 10대 청소년 등으로 고객층을 좁히는 대신 이들을 ‘완벽하게’ 만족시키는 방식으로 서비스를 구현한 게 적중했다는 얘기다. 수많은 카피캣(모방상품)이 한국과 중국에서 쏟아져 나왔지만 개의치 않았다고 했다. “모바일 잠금화면 서비스의 본질을 모른 채 겉모습만 베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NBT의 과제는 글로벌 시장에서 초대형 미디어 회사들과 경쟁하는 것이다. 진짜 승부는 이제부터다. 박 대표는 “돌이켜보면 지금까지 강에서 다닐 만한 땟목은 잘 만들었다고 할 수 있지만 이제 큰 바다로 나가서 진짜 공룡 기업들과 경쟁해야 하는 시점이 다가오고 있다”며 “그래서 아무리 빨리 성장해도 두렵고 떨린다”고 했다.

그는 “창업을 하고 나니 예전 컨설팅 회사에 다닐 때에 비해 5배 더 힘들지만 10배 더 재밌다”며 “세계 최초로 화면잠금앱을 만들어낸 회사답게 스마트폰에서 세계인이 사용하는 모바일 미디어의 새로운 세상을 열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임원기 기자 wonk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