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정부가 지난 23일 방카몬테데이파스키디시에나(BMPS)에 대한 구제금융 투입을 결정했다. BMPS는 이탈리아에서 세 번째로 큰 은행이며 1472년 설립된 세계 최고(最古) 은행이다. 부실이 심해 이탈리아발(發) 금융위기의 ‘뇌관’으로 여겨졌다.

파올로 젠틸리니 이탈리아 총리는 이날 긴급 내각 회의를 소집해 BMPS에 유동성을 보증하고 자본을 투입하는 구제금융을 시행하기로 의결했다. JP모간 등 민간이 주도한 자본확충 방안이 실패한 데 따른 것이다. BMPS는 연말까지 자본을 50억유로(약 6조원) 늘리려 했으나 기관과 개인투자자에게서 조달한 신규 자본은 25억유로에 그쳤다.

구제금융 자금은 21일 상·하원이 승인한 200억유로(약 25조원) 기금에서 충당된다. 이 기금은 BMPS를 비롯해 이탈리아 부실은행을 돕기 위해 마련됐다. 피에르 카를로 파도안 재무장관은 BMPS에 투입할 자금 규모를 밝히지 않았지만 “스트레스 테스트로 확인된 목표치를 맞추는 데는 충분할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새로 시행된 유럽연합(EU) 규정에 따라 정부가 구제금융을 투입할 때 은행 주주와 후순위채 보유자도 일부 손실을 부담해야 한다. BMPS 기관투자가도 손실을 입게 된다. 다만 정부는 개인투자자 4만여명은 후순위채를 선순위채로 바꿔주는 방식으로 구제하기로 했다. 라훌 칼리아 애버딘자산운용 펀드매니저는 “소액 채권 보유자가 보상을 받는 것이 중요한 대목”이라며 “보상받지 못했다면 정치권에 대한 국민 정서가 더욱 나빠지고 예금 인출 사태가 벌어질 위험이 있었다”고 말했다.

EU 집행위원회는 성명에서 “EU 규정과 부합하는 구제 방안에는 여러 형태가 있을 수 있다”며 이탈리아의 구제 금융에 반대할 뜻이 없음을 시사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