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수출주가 포트폴리오 1순위…"삼성전자·원익IPS 주목"
원·달러 환율과 국제 유가가 동시에 치솟으면서 증권가는 ‘강(强)달러-고(高)유가’ 시대에 맞는 투자법을 찾는 데 분주하다. 주식 전문가들은 원화 약세의 수혜를 볼 수 있는 수출주 중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의 보호무역 정책 여파를 비껴갈 수 있는 종목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IT 수출주 ‘관심’

최근의 달러화 강세는 미국 금리 인상 추세와 함께 트럼프 당선 이후 세금 감면과 인프라 투자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된 점이 큰 영향을 미쳤다. 미국 경기회복 기대가 높아지고 원·달러 환율이 상승하는 것은 수출주엔 긍정적인 요인이다. 수출 제품의 가격경쟁력이 개선되면서 실적이 좋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장희종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원·달러 환율이 상승함과 동시에 글로벌 경기선행지수도 회복 추세를 보이고 있어 수출주 위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며 “수출주 중에서도 이익전망치와 제품 가격 추이가 양호한 업종을 골라야 한다”고 말했다.

IT 수출주가 포트폴리오 1순위…"삼성전자·원익IPS 주목"
이 같은 조건을 충족하는 업종으론 정보기술(IT) 관련주가 주로 거론된다. 업종별 수출 비중이 70%가 넘는 업종은 반도체, IT하드웨어, 조선 등이다. 이 중 반도체, IT하드웨어 업종은 실적 전망 추정치가 상향 조정되고 있다. 특히 반도체는 수요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어 업황 전망이 ‘장밋빛’이라는 평이다.

한국경제TV 와우넷 전문가인 홍은주 파트너는 “반도체 업종 성장의 중심에 있는 삼성전자와 원익IPS 등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IT주와 함께 수출주 양대산맥으로 꼽혔던 자동차 업종은 평가가 갈린다. 원화 가치 하락은 수출주에 긍정적이지만 트럼프의 보호무역 정책에 따라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수출 경쟁국인 일본과 중국의 통화가치가 함께 떨어져 환율에 따른 수출 개선 효과가 크지 않을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조민규 파트너는 “원화 약세에 더해 신차 출시 효과에 따른 실적 개선이 기대되는 현대자동차 등의 주가 향방이 주목된다”고 강조했다.

○화학·정유주 빛볼까

원유 감산이 국제 유가 상승으로 이어져 정유·화학 업체의 실적 개선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관련 업체도 관심을 받고 있다. 세계적으로 화석에너지 수요 증가가 예상되면서 석유화학 업종에 대한 투자 매력이 높아지고 있다는 평가다. 보통 유가가 오르면 물가를 자극해 수요 개선으로 이어지지만 제품 가격만 오르고 수요가 늘지 않을 경우 오히려 관련 업체가 타격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최근 트럼프 당선으로 미국 인프라 투자가 확대되고 있다는 점에 전문가들은 주목하고 있다. 윤재성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경기회복과 인플레이션 기대로 석유화학 제품 가격이 올랐다”며 “석유화학 업종 중 소외된 종목을 찾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송관종 파트너는 “중소 화학업체로 나일론 원료인 카프로락탐을 국내에서 독점생산하고 있는 카프로 등을 주목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힘받는 건설·기계주

전통적으로 국내 대형 건설사 주가는 유가와 함께 움직이는 특성을 보여온 만큼 건설사 주가가 유가 상승으로 탄력을 받을지도 주목된다. 국내 업체의 해외 수주 대부분이 산유국인 중동 지역에서 이뤄지기 때문이다. 유가가 오르면 중동 수주가 늘어날 것이란 기대에 주가가 오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광수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최근 몇 년간 부진했던 해외 수주 수요가 회복될 수 있다는 기대가 번지면서 건설업체 주가를 끌어올리고 있다”고 했다. 자원수출국 투자수요 회복에 더해 인프라 설비 관련 투자 움직임이 늘어나는 만큼 건설기계 업종도 주목할 만하다는 평가다.

김남귀 파트너는 “건설기계 시장 확대의 가장 큰 수혜주로 꼽히는 두산밥캣 등에 관심을 둘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