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9개월 만에 1200원을 돌파한 23일 서울 명동 KEB하나은행 딜링룸에서 한 딜러가 거래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
원·달러 환율이 9개월 만에 1200원을 돌파한 23일 서울 명동 KEB하나은행 딜링룸에서 한 딜러가 거래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
원·달러 환율이 8거래일 연속 오르면서 9개월여 만에 달러당 1200원대에 진입했다. 원화 가치 하락은 수출에 긍정적이지만 커진 시장 변동성은 당국의 고민거리다.

23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3원90전 오른 달러당 1203원으로 마감했다. 지난 3월10일(1203원50전) 이후 최고치다. 13일(1167원)부터 영업일 기준으로 8거래일 연속 올랐다. 이 기간 상승폭은 36원(3.1%)에 달했다.

원화 가치 하락은 미국 달러 가치가 그만큼 올랐기 때문이다. 지난 14일 미국 중앙은행(Fed)의 금리 인상을 즈음해 달러가 강세를 이어가면서 주요국 통화 가치는 동반 하락했다. 전날 밤 발표된 미국의 3분기(7~9월) 경제성장률은 3.5%로 기존 수정치(3.2%)를 크게 웃돌았다. 미국 경제 호조는 Fed의 금리 인상 속도를 끌어올리는 요인이다.

원화 약세는 수출에 호재로 꼽힌다. 해외에서 경쟁하는 국내 제품의 가격 경쟁력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21일 관세청이 발표한 이달 1~20일 수출은 271억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11.6% 증가했다. 수입은 9.4% 증가해 26억3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지난달 수출이 3개월 만에 늘어난 가운데 원화 약세가 연말 수출경기에 보탬이 될지 관심이 높다.

환율 하락 효과가 크지 않다는 분석도 있다. 국내 기업의 경쟁 상대인 일본 기업이 환율 조건에서 더 유리하기 때문이다. 원·엔 환율은 지난달 10일 100엔당 1100원대 아래로 떨어진 뒤 하락세를 지속, 이날 100엔당 1025원14전(KEB하나은행 고시 기준)으로 가라앉았다. 한국무역협회는 원·엔 환율이 1% 하락할 때 한국의 수출 물량은 0.49% 감소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환율이 달러당 1200원대에 진입한 만큼 조만간 1250원대까지 오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박형중 대신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연말인 만큼 이달 들어 외환거래량이 평소의 3분의 1 수준으로 감소하면서 환율 상승을 부추긴 점도 있다”며 “다음달엔 환율 상승분을 어느 정도 되돌릴 가능성도 크다”고 말했다.

김유미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