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여파로 '계란 대란'이 현실화하자 정부는 급한 불을 끄기 위해 내달부터 계란 수입 시 관세를 면제해주기로 했다.

또 계란값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는 의혹을 받는 일부 유통업체 및 제빵업체의 '사재기' 행위도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농림축산식품부는 23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내년 1월부터 6개월간 난황(액상 노른자), 난백(흰자 분말) 등 8가지 계란 가공품에 대해 0%의 할당 관세를 적용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할당 관세란 수입업자들이 외국산 제품을 수입할 때 일정 물량에 한해 고세율의 관세를 낮춰주는 것을 의미한다.

이에 따라 현재 관세가 8~30%인 계란 가공 제품을 수입하는 업체는 사실상 관세를 면제받게 된다.

이런 결정은 계란 가격이 치솟은 데 따른 조치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AI 방역조치 여파로 전체 산란계(알 낳는 닭) 10마리 중 2마리 이상이 도살 처분됐다.

그 여파로 하루 평균 4천200만 개였던 계란 생산량은 현재 20% 이상 감소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정부는 국내 제과·제빵업체의 가공용 계란 사용량은 전체 국내 유통량의 21.5% 정도로 파악하고 있다.

나머지는 제품의 식감 등을 높이기 위해 신선란을 사용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가격 등의 측면을 고려할 때 제과, 제빵업체들이 신선란보다는 가공 계란 제품의 사용을 늘리도록 유도하겠다는 계획이다.

김경규 농식품부 식품산업정책실장은 "업계의 의견을 수렴한 결과, 수입 가공품에 대해 할당 관세를 적용해달라는 요청이 있었다"며 "제빵업체에서는 가공품을 원재료로 사용해도 되기 때문에 원가 부담을 어느 정도 낮출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다만 가격이 계속 치솟는 때를 대비해 신선 계란 수입 시에도 할당 관세(27%→0%)를 적용하기로 했다.

또 계란 수입에 드는 항공운송비를 지원해 국내 계란 가격이 과도하게 높아지지 않도록 유도한다는 계획이다.

농식품부는 국제계란위원회(IEC)의 2015년 연차 보고서를 인용해 AI 청정국인 미국과 캐나다, 호주의 계란 가격이 우리나라와 큰 차이가 없다고 설명했다.

IEC에 따르면 2014년 기준 미국의 계란 산지 가격은 한 알에 94원으로 국내(137원)보다 오히려 낮았다.

캐나다(164원), 호주(157원) 등은 다소 높은 편이다.

또 미국 계란값을 기준으로 항공운송비 100% 지원 시 한판(30알) 소매가격이 7천200원, 50% 지원 시에는 한판에 9천480원 정도가 될 것으로 추산했다.

과거 미국에서도 AI로 계란 수급에 차질이 빚어지자 네덜란드 등 해외에서 급하게 수입한 실적이 있다고 농식품부는 설명했다.

항공운송비 지원 비율은 추후 수급 상황을 지켜본 뒤 관계부처와 협의를 거쳐 결정할 예정이다.

번식용 닭과 산란용 병아리, 알 등도 항공 운송비 50%를 지원해 수입량을 늘릴 계획이다.

당장 28만 마리 수입 시 약 6억2천500만 원의 예산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됐다.

아울러 계란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 AI에 감염되지 않은 알 낳는 닭의 생산주령을 현 68주에서 100주령으로 늘려 최대한 활용하도록 하는 한편, AI가 발생하지 않은 농가에서 병아리를 미리 사육한 뒤 발생지역의 이동제한이 해제되면 농장에 공급할 계획이다.

하지만 각종 대책에도 국내 계란 가격이 계속 치솟는다고 판단될 경우 정부는 계란을 직접 수입하는 방안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김 실장은 "정부가 직접 시장에 개입하는 방안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보고 있다"면서도 "계란 가격이 너무 올라서 소비자들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수준에 이르면 직접 수입까지도 고려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한편, 일부 유통상인 및 대형 제빵업체가 계란 사재기를 했다는 의혹이 제기됨에 따라 농식품부와 식약처 등은 부처 합동 조사도 벌일 계획이다.

김 실장은 "위법 행위 자체를 적발하긴 쉽지 않으리라고 보지만, 장부나 현장 점검 등을 통해 지금 시점에서 계란을 과다하게 소유하고 있는 등이 발견되면 행정지도를 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연합뉴스) 정빛나 기자 shin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