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확대 따른 국채 발행 증가 탓…"정부 돈 더 쓰려면 세금 더 걷어야"

중앙·지방정부와 비금융공기업의 부채를 합한 공공부문 부채가 사상 처음으로 1천조원을 넘어섰다.

공기업 부채는 줄었지만 내수 침체에 대응하기 위해 국채 발행을 늘리면서 일반정부 부채가 증가세를 이어간 탓이다.

전문가들은 경기 대응을 위해 지속해서 정부 곳간을 축내기 보다는 균형 재정을 전제로 한 재정 지출 확대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23일 기획재정부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공공부문 부채(D3)는 1천3조5천억원으로 1년 전보다 46조2천억원 증가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공공부문 부채는 64.4%로 0.1%포인트 줄었다.

지속적인 공공부문 개혁 추진으로 비금융공기업 부채는 398조9천억원으로 전년보다 9조6천억원 줄어든 영향이 컸다.

문제는 공공부채의 3분의 2에 해당하는 일반정부 부채는 지난해 기준 676조2천억원으로 55조6천억원(9%) 늘어나면서 증가세를 이어갔다는 점이다.

전년 대비 일반정부 부채 증가율은 2012년 9.9%에서 2013년 12.1%, 2014년 9.7%에 이어 지난해에도 9.0%로 두 자릿수에 육박했다.

2014년보다 증가속도는 둔화했지만 지난해 실질성장률과 물가상승률을 더한 경상 성장률이 3.3%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정부 빚 증가속도가 경제성장률의 3배에 달한 셈이다.

절대 규모 뿐만 아니라 지난해 GDP 대비 일반정부 부채 비율 역시 43.4%로 전년 대비 1.6%포인트 상승했다.

일반정부 부채 증가세가 멈추지 않는 것은 둔화하는 경기 대응에 필요한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정부가 국채 발행을 늘렸기 때문이다.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정부가 외환시장 안정을 위해 외평채 발행을 늘린 것도 정부빚 증가 요인 중 하나다.

지난해의 경우 정부가 재정과 외화보유고 확대를 위해 늘린 국고채만 48조6천억원에 달했다.

1천조원을 돌파한 공공부문 부채는 이미 1천300조원에 달하는 가계부채와 더불어 한국 경제에 부담을 주는 요소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이 시작된 상황에서 경기 부진으로 가계 소득과 정부 세입이 줄면 부채 상환 능력 역시 감소할 수 밖에 없다.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어 주택 가격 하락세까지 맞물릴 경우 가계부채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주택담보대출마저 부실해질 수 있다.

이는 다시 내수 침체와 세수 감소, 가계와 정부의 부채 상환 능력 감소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고리를 형성하게 된다.

최악의 경우에는 경제 전반의 시스템 리스크로 번질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는 아직 다른 국가와 견줘 우리나라의 부채 수준과 재정 건전성은 상당히 양호한 수준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재정준칙과 페이고(Pay-go) 제도를 강화하는 등 재정개혁을 통해 공공부문 재정 건전성을 선제적으로 관리하겠다는 방침도 세웠다.

기재부 관계자는 "국가채무의 경우 엄격한 재정 총량 관리 등으로 2020년까지 GDP 대비 40%대 초반 수준으로 관리할 계획"이라며 "재정환경의 구조적 변화에 대응하고 재정운용의 새로운 제도적 틀을 마련하는 재정건전화법 제정을 추진해 중장기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제고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저성장 기조 속에 정부 부채가 늘어나는 것은 일부 불가피한 측면이 있지만 높은 부채 증가속도는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는 "내수가 급격히 위축되다 보니 일시적으로 정부가 국채발행을 늘려 지출을 늘릴 수는 있지만 이렇게 계속해서 부채가 늘어나면 GDP 대비 정부 부채가 곧 50%대로 치솟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증세 없는 복지' 대신 정부 돈을 더 쓸려면 더 걷어야 한다는 균형 재정 개념으로 인식을 전환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세종연합뉴스) 김수현 기자 porqu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