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박정호 SKT 사장 "버라이즌처럼 IoT 생태계 주도…IPTV 사업에서도 1등 하겠다"
국내 1위 이동통신 회사 SK텔레콤의 새 사령탑을 맡는 박정호 사장(사진)은 “방송미디어 분야인 인터넷TV(IPTV) 사업에서도 1등을 하겠다”고 말했다.

박 사장은 22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인터넷 동영상 서비스(OTT) 출현 등 글로벌 미디어 환경이 급변하면서 기본 인프라 외에 콘텐츠 경쟁력을 확보하는 게 중요해졌다”며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해 IPTV 업계 2등 자리에서 벗어나겠다”고 강조했다.

SK텔레콤의 IPTV 사업은 100% 자회사인 SK브로드밴드가 맡고 있다. 올 상반기 기준 363만명의 가입자를 확보, KT(546만명)에 이어 2위다. SK텔레콤의 사업총괄인 이형희 부사장이 이번 인사에서 SK브로드밴드 사장에 선임됐다. 박 사장은 “미디어 전문가인 이 사장과 1등 전략을 긴밀히 협의하겠다”고 했다.

통신업계에선 SK텔레콤이 지난 7월 공정거래위원회의 불허 결정으로 무산된 케이블TV 인수합병(M&A)에 재도전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박 사장이 SK그룹 내 대표적인 M&A 전문가로 꼽히는 만큼 대형 복수종합유선방송사업자(MSO) 인수를 통해 덩치를 키우는 큰 그림을 그릴 가능성이 높다”며 “정부가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 M&A의 걸림돌이 된 케이블 권역 제한 폐지를 검토하는 것도 SK텔레콤에 호재”라고 분석했다.

사물인터넷(IoT) 사업 강화에 대한 의지도 밝혔다. 그는 IoT 투자 성공 사례로 미국 최대 통신사인 버라이즌을 꼽았다. 박 사장은 “버라이즌은 기존 통신사업에 IoT 기술을 접목해 새로운 수익원을 창출하고, 다양한 벤처회사와 거대한 IoT 생태계를 구축해 관련 산업을 주도하고 있다”며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끌어모아 더 큰 사업 기회를 만드는 국내 IoT 생태계 조성에도 앞장서겠다”고 했다.

그는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1989년 SK그룹 전신인 선경그룹에 입사해 1994년 한국이동통신, 2000년 신세기통신, 2011년 하이닉스반도체 인수 등 그룹의 골간을 이룬 M&A 실무에 참여했다. 2004년 헤지펀드 소버린과의 경영권 분쟁 사태 때 최태원 회장의 비서실장을 맡았다. 2013년 SK텔레콤 사업개발부문장을 맡다가 SK C&C로 옮긴 뒤 3년여 만에 최고경영자(CEO)로 SK텔레콤에 복귀했다.

SK텔레콤은 박 사장 선임에 맞춰 사업 조직을 재편했다. ‘속도 경영’과 ‘글로벌 사업’이 조직 개편의 키워드다. 기존 사업총괄 자리를 폐지하고 전 조직을 CEO 직속으로 전환했다. IoT 사업부문 산하에 글로벌 사업본부를, 전략기획부문 산하에 글로벌 얼라이언스실을 신설했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