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시작된 LG화학과 LG생명과학의 합병이 마무리 절차에 접어들었다. LG생명과학은 21일 “주주들의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규모가 합병계약 해제 가능 규모를 크게 초과하지 않아 당초 공시한 일정대로 합병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LG화학은 다음달 1일 LG생명과학을 흡수합병한다. 증권가 일각에선 매수청구권을 행사하는 LG생명과학 주주들이 적지 않아 합병이 어려울 것이란 시각도 있었다.
LG화학, 매수청구 3000억 넘었지만 "생명과학과 예정대로 내달 합병"
◆국민연금 등 매수청구권 행사

LG생명과학은 합병에 반대하는 주주들의 주식을 사들이는 주식매수청구를 지난달 28일부터 이달 19일까지 받았다. 매수청구권을 행사한 주식은 보통주 493만주, 우선주 4만주 등이었다. 금액으로는 3369억원 규모다. 당초 LG화학 등은 매수청구 규모가 3000억원을 넘으면 합병을 취소할 수 있다는 단서를 달았다. LG화학 관계자는 “합병에 따른 시너지가 크다고 판단해 일정을 그대로 추진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최근 LG생명과학 주가는 6만5000원 선을 오가며 매수청구가격(6만7992원)을 밑돌았다. LG생명과학 지분 9.88%(166만977주)를 보유한 2대 주주인 국민연금이 청구권을 행사한 것도 이 때문이다. 국민연금은 내부규정상 주가와 매수청구가격이 5% 이상 벌어지면 자동으로 주식매수를 청구한다. 국민연금이 청구권을 행사한 지난 16일 LG생명과학 종가는 6만4400원으로 주식매수청구가 대비 5.3% 낮았다. 국민연금은 LG화학 주식을 추가 매입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LG화학 “분위기 반전시킬 것”

주식매수청구권 행사에 따른 비용은 LG화학이 부담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LG생명과학이 갖고 있는 현금이 400억원 정도에 불과해서다. 청구권을 행사한 주주들의 주식을 사들이려면 3000억원에 가까운 돈을 차입해야 하는데 이는 고스란히 LG화학이 떠안게 된다.

합병 과정에서 나타난 LG화학의 바이오사업에 대한 주주들의 의구심도 앞으로 불식시켜야 할 과제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주가가 매수청구가를 밑돈 것은 그만큼 LG화학 바이오사업을 시장에서 어둡게 전망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바이오산업을 계속 육성하려는 LG그룹으로선 LG화학과 LG생명과학의 합병은 불가피했다. 연간 500억원 수준의 영업이익을 올리는 LG생명과학은 지난해 연구개발에 779억원을 투자했다. 2000억원 정도를 투자하는 동종업계의 셀트리온이나 삼성바이오에피스와 비교해 턱없이 적다.

합병 이후 LG화학은 바이오 관련 연구개발에 연 2000억원 이상을 투자할 계획이다. 지난해 1조8236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린 LG화학은 올해도 2조원 이상을 벌어들일 것으로 전망돼 투자여력이 있다. LG화학은 ‘에너지·물·바이오’를 미래 신성장 동력으로 집중 육성한다는 전략을 내놓고 바이오분야에 적극 진출하고 있다. 지난 4월 인수한 팜한농을 중심으로 하는 종자사업과 LG생명과학의 의약품산업을 묶어 바이오사업부를 만든다. LG화학은 합병 계획 발표 직후 바이오사업부의 매출을 2025년 5조원까지 키우겠다고 밝혔다.

노경목/좌동욱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