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약에 도덕적 해이 방지 장치…2년간 보험금 미청구시 보험료 10%↓
기존 '끼워팔기' 상품 갈아타는 방안 내년 상반기 마련


보건복지부와 금융위원회는 내년 4월부터 기본형과 특약으로 구조를 분리해 보험료를 낮춘 실손의료보험 상품을 공급하겠다고 20일 밝혔다.

기존의 실손보험은 국민건강보험이 보장하지 않는 비급여 진료항목을 포괄적으로 보장, 과잉진료를 유발하고 보험금 누수를 심화시켜 결국 선량한 가입자들에게 보험료 부담을 떠넘긴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새로 출시되는 실손보험은 도수치료 등 대표적인 비급여 항목은 별도 특약으로 가입해야만 보장해주고 보장 상한선도 있다.

또 보험금을 청구하지 않은 가입자의 보험료는 낮아진다.

문답 풀이로 실손보험 구조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살펴본다.

-- 실손보험료가 저렴해지나.

▲ 상품 구조를 바꿔 내년 4월부터 기존 실손보험보다 보험료가 약 25% 저렴한 기본형 상품이 공급된다.

새로운 실손보험 상품에서는 도수치료·체외충격파·증식치료, 비급여 주사제, 비급여 자기공명영상(MRI) 검사 등을 3가지 별도 특약으로 분리한다.

이 항목은 특약에 추가 가입해야 보장받을 수 있다.

기본형은 나머지 질병·상해에 대한 진료비용을 보장하게 된다.

그러면 40세 남성을 기준으로 보험료가 현재 1만9천429원에서 기본형 1만4천309원으로 26.4% 저렴해질 것으로 금융위는 내다보고 있다.

-- 보장이 줄어들어 보험료도 낮아지는 건가.

▲ 3개의 특약에 모두 가입하더라도 보험료는 40세 남성 기준 1만8천102원으로 약 6.8% 낮아지는 효과가 있다고 금융위는 설명한다.

특약에 모두 가입하면 지금의 실손보험 상품과 구조가 거의 똑같지만, 도덕적 해이 방지장치를 넣어 보험료 인하 효과가 있다.

-- 특약의 도덕적 해이 방지장치란 어떤 것인가.

▲ 특약 항목에 대해서는 자기 부담 비율이 20%에서 30%로 상향조정된다.

또 연간 보장받을 수 있는 금액과 횟수 한도가 정해진다.

금액은 250만∼350만원 수준으로, 횟수는 50회(MRI는 한도 없음)로 설정된다.

금융위는 "가입자의 95% 이상이 보장받을 수 있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 자동차보험처럼 보험금 청구가 많은 이들의 보험료를 올리면 되지 않나.

▲ 실손보험은 개인의 과실과 무관한 '질병'을 대상으로 하기에 자동차보험의 방식을 적용하기는 어려운 면이 있다.

실손보험에서는 다른 방식으로 보험료 차등화가 도입된다.

2년간 보험금을 청구하지 않으면 이듬해 보험료를 10% 이상 할인해준다.

이는 새 상품에 가입하는 소비자부터 적용된다.

다만 필수적인 진료까지 주저하지 않도록 급여항목 본인부담금과 4대 중증질환(암·뇌혈관질환·심장질환·희귀난치성 질환)과 관련한 비급여 의료비는 그 기준에서 제외된다.

-- 그동안 다른 보험상품에 실손보험이 특약으로 가입돼 있어 원치 않는 보험료를 내는 경우도 많았는데.

▲ 사망보험, 암보험 등에 실손보험을 특약 형태로 추가해 '끼워팔기'하는 이런 관행은 2018년 4월부터 금지된다.

끼워팔기는 가입자들이 원치 않는 보험까지 가입하도록 만든다.

실제로 실손보험료는 월 1만∼3만원 수준이지만 계약자가 체감하는 보험료는 10만원 수준이라는 조사 결과도 있다.

2018년 4월부터 실손보험은 기본형과 3가지 특약으로만 구성된 단독 상품으로만 판매된다.

다만, 소비자가 원하면 다른 보험을 별도의 계약으로 동시 판매하는 것은 허용된다.

-- 끼워팔기로 실손보험에 이미 가입된 사람도 갈아탈 수 있나.

▲ 지금은 특약으로 가입한 실손보험만 해지하고 새로 가입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금융위는 새로 출시되는 실손보험에 가입을 원하는 이들에 대해 내년 상반기 중에 특약만 해지하고 단독형 상품으로 쉽게 전환할 방법을 마련할 계획이다.

-- 실손보험 가입과 보험금 청구 등 절차도 쉬워지나.

▲ 단독형 실손보험 상품은 설계사 판매수당이 많지 않고 표준화돼 있어 온라인 채널에서 판매하기에 적합한 상품이다.

금융위는 온라인 보험슈퍼마켓인 '보험다모아'와 연계해 내년 중에 온라인 전용상품을 모든 보험사가 출시하도록 할 방침이다.

아울러 병원비가 발생할 때마다 서류를 챙겨 보험사를 방문해야 하던 청구 방법도 간소화된다.

내년 중에 모든 보험사가 회원 가입이 필요 없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청구 서비스를 제공하고, 심사 서류의 사본 인정 기준도 완화된다.

-- 회사에서 가입하는 단체실손보험 가입자는 어떻게 해야 하나.

▲ 단체실손보험은 재직 기간에만 보장되므로 퇴직 후 보장의 공백이 발생하게 된다.

그렇다고 은퇴 후를 보장받으려 개인실손보험에 가입하면 보험료를 이중으로 부담하는 셈이 된다.

금융위는 단체실손보험 가입자가 추후 개인실손보험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하거나, 단체실손보험에 가입한 기간의 개인실손보험은 납입을 중지할 수 있는 제도 등을 검토하고 있다.

-- 실손보험 구조가 이렇게 바뀌는 이유는 뭔가.

▲ 실손보험은 올해 6월 말 기준으로 계약 건수가 3천296만건에 달해 '제2의 건강보험'이라고 불리지만, 무분별한 의료 쇼핑과 과잉진료 등 '도덕적 해이'를 불러온다는 지적이 많았다.

이는 실손보험의 손해율 악화와 보험료 상승으로 이어진다.

일부의 과잉진료로 인한 보험료 상승을 선의의 계약자가 부담하는 셈이 된다.

또 건강보험이 보장하지 않는 비급여 항목의 과잉진료가 확산되면 국민 의료비의 부담을 키우게 된다.

실손보험 가입자에 대해 건강보험공단이 지출한 금액이 미가입자보다 3.5배 높은 수준이라는 분석도 있다.

비급여 과잉진료가 건강보험 재정에도 악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 그렇다면 비급여 항목에 대한 관리도 중요한 것 아닌가.

▲ 비급여 항목은 같은 진료행위에도 의료기관별로 가격이 최대 1천700배까지 차이가 나고, 관리하는 코드나 명칭, 진료비 세부내역서 서식도 서로 달라 국민이 선택권을 행사하기 어려웠다.

이에 따라 보건복지부는 사회적 필요가 큰 비급여 항목부터 단계적으로 표준화할 계획이다.

또 비급여 진료비용 현황 공개항목과 공개대상 기관을 확대하고, 진료비 세부내역서 표준양식도 마련할 방침이다.

-- 보험사들이 그간 실손보험료를 인상해 왔는데, 이 산출 기준도 논란의 여지가 있었다.

▲ 앞으로 보험사가 세분화된 통계 시스템을 구축하고, 집적된 통계를 금감원·보건복지부 등이 공유하며 비급여 항목 표준화와 급여항목 확대, 보험사기 방지 등에 활용할 예정이다.

세부통계를 바탕으로 의료 쇼핑이 의심되는 항목이 더 나오면 추가 특약도 만든다.

아울러 보험업계는 새로운 구조의 실손보험에서 보험금 지급 여부를 판단할 중립적인 보상 자문기구를 설립하고, 사례가 쌓이면 보험업계 공통의 가이드라인도 도출할 계획이다.

(서울연합뉴스) 고동욱 박초롱 기자 sncwoo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