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ttyImagesBank
GettyImagesBank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된 뒤 처음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 인상안이 확정됐다. 기존 연 0.25~0.5%에서 0.5~0.75%로 미국 기준 금리가 0.25%포인트 올라가는 게 골자다. 미국이 기준금리를 올리면 채권 연계 상품 투자자들이 직격탄을 맞는다. 채권의 몸값은 금리와 반대 방향으로 움직인다. 금리가 떨어지는 시기엔 금리 하락폭만큼 추가 수익을 올릴 수 있지만 금리가 올라갈 땐 표면 이자도 건지지 못할 만큼 채권값이 떨어질 수 있다.

포트폴리오 서서히 바꿔야

[내년 재테크 전략은] 속도 내는 미국 금리인상…"국채보단 물가채·하이일드채권 노려라"
투자자들의 관심사는 채권 연계 상품이 차지하고 있던 저변동성 자산의 자리를 무엇으로 채워야 하는가에 쏠려 있다. 채권 연계 자산의 기대수익률이 낮아졌다고 해서 포트폴리오 전체를 주식이나 원자재 같은 위험 자산으로 채울 수는 없기 때문이다.

펀드평가회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최근 3개월 동안 국내 채권형펀드에서는 2조7467억원이 빠져나갔다. 금리인상 소식이 국내에 전해진 15일 하루에만 520억원이 펀드에서 이탈했다.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해외 채권형펀드 역시 최근 한 달 새 1719억원이 빠져나갔다. ‘채권 엑소더스’ 현상은 다른 나라에서도 마찬가지다. 트럼프 당선 이후 선진국에서는 서유럽과 북미 채권형 펀드를 중심으로 4주 연속 57억달러가 순유출됐다.

전문가들은 채권값 하락의 1차 폭풍은 가라앉았다는 분석이다. 채권을 살 때는 아니지만 투매에 나설 필요는 없다는 얘기다. 윤여삼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는 이미 2.3~2.7%를 오가고 있다”며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시장 분위기를 보고 대응에 나서도 늦지 않다”고 말했다.

채권은 변동성이 크지 않은 안전 자산이다. 투자 포트폴리오에 일정 비중은 담고 있어야 시장에 돌발변수가 생겼을 때 손실을 방어할 수 있다. 유재흥 AB자산운용 선임포트폴리오 매니저는 “금리 인상은 국채에는 불편한 뉴스지만 받을 수 있는 이자가 높아진다는 점에서 회사채, 하이일드채권 등 고수익채권에는 좋은 뉴스”라며 “국채에 들어가 있던 자금을 원리금을 지킬 수 있는 종합자산관리계좌(CMA) 하이일드채권에 나눠 담는 등의 방법을 생각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내년 재테크 전략은] 속도 내는 미국 금리인상…"국채보단 물가채·하이일드채권 노려라"
채권상품에도 대안이 있다

물가연동채권은 물가가 오르면 수익률이 올라가는 채권으로 금리가 오르는 시기에 투자를 고려해볼 만한 자산으로 꼽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1조달러를 인프라에 투자한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인플레이션(물가상승) 조짐이 나타나는 만큼 물가연동채권을 국채 대안으로 삼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개인 투자자는 한국거래소의 장내채권시장에서 유통되는 물가채를 홈트레이딩시스템(HTS)을 통해 살 수 있다. 정부가 10년 만기 국고채를 발행할 때 프라이머딜러(PD) 업무를 하는 금융회사를 통해 직접 입찰할 수도 있다. 응찰 최소 단위는 10만원이다.

직접투자가 까다로우면 펀드나 주가연계증권(ETF)을 활용할 수도 있다. 국내에서 가입할 수 있는 상품은 ‘이스트스프링물가따라잡기’ 펀드 ‘이스트스프링퇴직연금물가따라잡기’ 펀드 등 두 종류다.

국내엔 물가채 ETF가 없다. ETF를 활용하려면 달러를 환전한 뒤 미국에 상장한 상품에 직접 투자해야 한다는 얘기다. 미국 물가채(TIPS)를 추종하는 대표적인 상품으로 ‘iShare TIPS’가 있다. 달러로 투자하는 상품인 만큼 환차익도 노릴 수 있다는 설명이다.

채권 약세장이 꾸준히 이어진다고 판단되면 기준가가 채권값과 거꾸로 움직이는 인버스 채권 ETF에 투자하는 것도 생각해볼 만하다. ‘KODEX10년국채선물인버스’ ETF가 국내에 상장된 유일한 채권 인버스 ETF 상품이다. 최근 3개월 수익률이 4.56%에 달한다.

이현진 기자 ap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