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의 연말 임원 인사 기류가 확 바뀌었다. 지난 주말까지만 해도 조직 안정을 위해 소폭 인사에 그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최순실 게이트’로 SK가 검찰 수사, 국회 국정조사를 받은 데 이어 특별검사 조사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판을 흔들기 어려울 것이란 이유에서다. 하지만 이번주 들어 분위기가 돌변했다. 대폭 인사가 유력하다는 분위기다. 일부에선 대대적인 세대교체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최태원 회장이 그동안 변화와 혁신을 강조해온 만큼 인사 측면에서도 이를 뒷받침할 필요가 있다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지난 17일 서울 시내면세점 입찰에서 SK가 탈락한 점도 인사 쇄신 필요성을 높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소폭 인사설(說)의 배경이 됐던 최순실 게이트에 대해서도 SK 내부에선 “의혹은 국정조사 등에서 충분히 해명했다. 문제될 게 없다”며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인사 기류가 바뀐 배경이다.
혁신 절박한 최태원, 주력 CEO 세대교체
이번 인사에서 가장 큰 관심은 김창근 SK수펙스추구협의회(SK 경영진 협의회) 의장(66)의 거취다. 김 의장이 유임되느냐 교체되느냐에 따라 인사폭이 크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김 의장은 SK 전문경영인 중 최고위 인사다. 2013년부터 4년간 수펙스 의장을 맡아 ‘오너 공백’을 메웠다. 그동안 유임설이 흘러나왔지만 최태원 회장과 최재원 수석부회장이 모두 경영에 복귀한 만큼 세대교체 차원에서 물러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김 의장이 물러날 경우 후임은 정철길 SK이노베이션 부회장(62)과 김영태 수펙스 커뮤니케이션위원장(61)의 경쟁 구도가 유력하다. ‘제3의 인물’이 떠오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철길 부회장은 SK이노베이션 최고경영자(CEO) 자리에서 물러날 가능성이 거론된다. 김 의장과 함께 정 부회장마저 2선으로 후퇴하면 대대적인 세대교체 인사가 될 공산이 크다. 정 부회장 교체 가능성에 대해선 ‘의외’라는 반응이 많다. SK이노베이션이 올해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둘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내부에선 “경영을 못해서가 아니라 조직에 활력을 불어넣고 분위기를 쇄신하기 위한 차원에서 변화가 생길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 정 부회장이 물러날 경우 후임엔 유정준 SK E&S 사장이 물망에 오르고 있다.

장동현 SK텔레콤 사장(53)과 박정호 SK C&C 사장(53)은 자리를 맞바꾸는 게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사장은 2013년 3월 SK C&C 사장을 맡기 전 SK텔레콤에서 뉴욕사무소 지사장, 마케팅전략본부 팀장, 사업개발실장을 거쳐 부사장인 사업개발부문장까지 올랐다. 최 회장의 신임도 두텁다.

SK이노베이션, SK텔레콤과 함께 SK그룹의 주축을 이루는 SK하이닉스의 박성욱 사장은 유임될 가능성이 높다고 SK 관계자는 전했다. 박 사장은 올해로 임기 4년째인 데다 올 상반기 실적이 부진해 한때 교체설이 돌기도 했다. 하지만 최 회장의 신임이 여전한 데다 하반기 들어 실적이 회복되면서 유임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최 회장의 동생인 최재원 수석부회장은 당초 수펙스에서 일정 역할을 할 것이란 관측도 있었지만 이번 인사에선 특별한 직책을 맡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최 수석부회장은 지난 10월 형기가 만료됐지만 아직 사면·복권이 안 돼 앞으로 5년간 계열사 등기 이사를 맡을 수 없다. 최 수석부회장은 전기자동차 배터리 등 에너지 신사업 등에 관심이 많아 미래 사업 연구에 전념할 것이란 예상이다.

주용석/김현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