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개 향토기업 의기투합…중소·중견면세점 성공모델 구현
유통공룡과의 경쟁, 초기 투자비용 부담 등 난제 극복이 관건

부산지역 상공인들이 의기투합한 부산면세점이 부산지역 시내면세점 특허를 따냄으로써 1차 관문을 통과했다.

그동안 부산 향토기업들은 부산상공회의소를 중심으로 지역항공사인 에어부산, 민간 산단인 부산상공산단처럼 사업성이 불투명한 사업에 과감하게 투자해 대박을 터뜨렸다.

부산면세점 역시 또 하나의 성공 신화가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앞날은 녹록지 않다.

'중소·중견면세점의 성공적인 운영 모델'이라는 장밋빛 청사진으로 관세청 특허 관문을 넘어섰지만, 앞으로 헤쳐나가야 할 과제들이 만만찮다.

◇ 주식회사 부산면세점 정체는…"12개 대표 향토기업들 힘 합쳐"
현 부산상의 회장인 조성제 회장의 비엔스틸라, 신정택 전 회장의 세운철강을 비롯해 윈스틸, 광명잉크, 동성코퍼레이션, 태웅, 삼강금속, 대륙금속, 와이씨텍, 그린조이, 대원, 태광 등 12개 향토기업이 주식회사 부산면세점 주주로 참여했다.

납입자본금은 14억원. 면세점 오픈에 필요한 사업비는 건축공사비 63억5천만원(용두산공원 전시관 리모델링), 초도 상품 구매비 43억7천만원, 시스템구축비 10억원, 초기 운영비 22억4천800만원, 기타 21억3천만원 등 160억9천800만원.
부산면세점 측은 "주주로 참여한 기업의 현재 현금 및 현금성 자산만 2천19억원에 달한다"며, "초기 투자비 161억9천800만원을 금융권 도움 없이 자체적으로 조달한다"고 밝혔다.

◇ 생존을 위한 전략은…"공익형 시내면세점 지향"
부산면세점 운영 목표는 '중소·중견면세점의 성공적 운영 모델' 구현이다.

서울지역 중소·중견면세점처럼 부산면세점 역시 롯데와 신세계 등 대형 면세점과의 경쟁이 불가피하지만 '특화운영전략'으로 연착륙을 시도할 계획이다.

운영전략은 지역경제발전, 관광산업 활성화, 관광 인프라 확충, 지역사회공헌, 중소·중견제품 판로 확대, 대·중소 상생협력 등 6가지.
유통공룡 면세점과 달리 공공, 산업, 관광의 범 협력 네트워크 구축을 통한 운영 기틀 확립, 중소·중견기업 제품 판로 개척의 첨병 역할 등 공익성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지역상공인이 주축인 시내면세점답게 중소·중견기업 제품 매출 목표를 면세점 전체 매출의 20% 이상(연간 50억원)으로 설정했다.

전체 매장 면적 993.63㎡ 중 18.8%에 해당하는 186.69㎡를 중소기업유통센터 히트 500 제품, 지자체 추천제품, 지역 특산품, 유망 중소·중견기업 아이디어 제품, 혁신제품 위주의 '중소·중견기업 전용매장'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 최고의 입지…원도심인 용두산공원에 매장 설치
중국인 관광객을 비롯해 부산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의 필수 방문 코스인 부산 중구 용두산공원 내 전시관을 리모델링해 매장으로 사용한다.

미술전시관, 관광쇼핑센터 등으로 사용하던 지하 1층, 지상 1∼2층 1천804㎡를 993.63㎡의 매장, 427.93㎡의 지원공간(휴게공간 포함), 52.44㎡ 공용공간 등 1천474명㎡ 규모의 새로운 공간으로 꾸민다.

부산면세점 사업계획을 보면 1층은 패션·의류, 시계·액세서리, 향수·화장품, 가방·지갑·벨트, 안경 매장과 중소·중견제품매장(의류·잡화)으로, 2층은 식품, 홍삼, 주류·담배, 디지털·가전, 중소·중견제품매장(문구·완구·선물용품·특산품)으로 운영한다.

◇ 연착륙을 위한 과제는…"막대한 초기 투자비 감당이 관건'
신세계와 롯데 등 기존 부산지역 시내면세점의 매출은 중국인 관광객의 지속적인 증가 등에 힘입어 매년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 매출은 5천억원(2015년 4천800억원)을 훌쩍 넘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특히 적자로 한때 사업자가 사업권을 반납하는 우여곡절을 겪은 김해공항 면세점만 해도 김해공항 이용객 증가 속에 그 수혜를 톡톡히 챙길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부산면세점은 이런 지역 면세점 업계의 고성장에 주목하고 있다.

특히 폭발적인 증가세를 보이는 부산항을 이용한 크루즈 관광객을 타깃으로 한 특화영업전략을 구상 중이다.

하지만 부산면세점을 향한 관련 업계의 시선은 사실 기대 반, 우려 반이다.

중소·중견 면세점은 명품 브랜드 유치가 힘들다.

이 때문에 서울지역 신규 중소·중견면세점들이 대규모 적자를 내는 상황이다.

모 면세점의 한 임원은 "면세점은 특성상 시설비용 등 초기 투자비용이 많이 들어 일정 기간 대규모 적자가 불가피하다"라며 "주주로 참여한 지역 기업이 사업 초기 실탄을 얼마만큼 마련하는지가 생존의 가늠자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또 "기존 면세점의 해외명품 등 수입품과 국산품 매출비 중이 6대4 정도 된다"라며 "부산면세점이 면세점 특허 확보를 위해 중소·중견기업 전용매장과 공익성을 내세웠지만, 관련 업계 그 누구도 시도하지 않은 모험 전략이란 점도 우려되는 대목"이라고 덧붙였다.

부산면세점 측은 "주주사로 참여한 기업들이 대표적인 향토기업이며, 현금 동원력도 뛰어나다"라며 "세계적 명품과 부산의 명품을 믹스한 '베스트 MD' 체계를 구현하고, 첨단 IT와 부산 특성을 살린 매력적인 매장 분위기를 연출해 특허 기간인 5년 내 손익분기점을 넘어설 것"이라고 밝혔다.

(부산연합뉴스) 신정훈 기자 sj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