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삼성동의 유통업체 홍보팀 사무실. 팀원 8명 가운데 매일 2~3명은 점심시간에도 밖에 나가지 않는다.

바로 옆 건물 1층 편의점에서 도시락을 구입, 사무실에 모여 점심을 해결하기 때문이다.

이 팀의 '도시락 파(派)' 일원인 정 모 씨(여·34세)는 "도시락으로 줄인 식사시간을 활용해 드라마를 보거나 부족한 수면을 보충한다"고 말했다.

서울 중구 유통업체 직원들은 동료들과 점심식사 후 주로 편의점에 들른다.

작년까지만 해도 커피 전문점의 3천~4천원대 원두커피를 한 손에 들고 회사로 복귀했지만, 올해의 경우 1천 원대 편의점 원두커피의 '가성비(가격대비 품질)'에 만족하고 있다.

이처럼 올해 편의점 최고의 '히트 상품'인 도시락과 원두커피가 장기 불황을 버티는 직장인들의 점심 문화까지 바꿔 놓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 오피스 지역 도시락 매출 3.5배로
20일 편의점 업계에 따르면 올해 도시락 매출은 작년의 약 3배 수준까지 뛰었다.

역대 최고 성장률이다.

씨유(CU)의 경우 지난해 12월 요리연구가 백종원 씨와 함께 기획·출시한 '한판도시락', '매콤불고기정식' 등이 '대박'을 터뜨리면서 올해 11월까지 도시락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의 2.94배에 이르렀다.

씨유의 도시락 매출 증가율은 ▲ 2012년 32.6% ▲ 2013년 51.8% ▲ 2014년 10.2% ▲ 2015년 65.8% 등 해마다 두 자릿수를 유지했지만, 1년 전의 3배 수준까지 급증한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마침내 국내 편의점 역사 27년 만에 처음 올해 초 소주·바나나우유 등을 제치고 도시락(백종원 매콤불고기 정식)이 매출 1위 품목(씨유 기준)으로 등극했고, 11월 현재까지 베스트셀러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GS25에서도 올해 들어 11월까지 도시락 매출이 작년 동기의 2.74배로 불었다.

1년 전만 해도 GS25 매출 상위 품목 10위권에는 도시락이 아예 없었으나, 올해의 경우 '김혜자 바싹 불고기'(3위), '마이홍 치킨도시락'(9위) 등 도시락 상품이 두 개나 이름을 올렸다.

특히 직장인 사이에서 편의점 도시락이 큰 인기를 얻고 있다는 사실은 편의점 상권별 도시락 매출 증가율에서 나타난다.

씨유 점포의 상권 가운데 올해 도시락 매출(1~11월) 증가율(작년 동기 대비)이 가장 높은 곳은 시내 오피스 지역으로, 무려 작년 같은 기간의 3.46배까지 치솟았다.

전체 평균(2.94배)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공장단지 주변 등 산업 지역 상권에서도 도시락 매출은 작년의 3.24배에 이르렀다.

씨유 관계자는 "오피스, 생산단지 주변 점포들을 중심으로 날마다 도시락 주문량이 최대 기록을 경신하는 추세"라며 "도시락 생산라인에서 물량을 대기가 버거울 정도"라고 전했다.

◇ 30·40대 편의점커피 매출 '쑥'…46% "주 2회이상"
올해 1천 원대 편의점 원두커피를 찾는 수요도 눈에 띄게 늘었다.

씨유 자체브랜드(PB) 원두커피 '겟(GET) 커피'의 경우 올해(1~11월)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3%나 불었다.

2014년(32%)과 2015년(41%) 증가율(전년 대비)을 훌쩍 넘어섰다.

특히 씨유가 올해 원두커피를 구매한 멤버십 회원을 대상으로 구매 행태를 분석한 결과, 커피 구매자 가운데 거의 절반인 46%가 1주일에 두 번 이상 원두커피를 사는 것으로 나타났다.

'1주 2회 이상' 소비 비율이 지난해(25%)의 약 두 배로 뛴 것이다.

1주일에 세 차례 이상 씨유 원두커피를 사서 마시는 소비자의 비중도 15%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올해 씨유 원두커피의 인기를 주도한 핵심 수요층도 직장인들이었다.

상권별 원두커피 매출 증가율을 보면 오피스, 산업지대 상권이 각각 84%와 71%로 1~2위를 차지했다.

사무실이 밀집한 오피스 지역의 경우 전체 평균(65%)보다 거의 20%포인트(P)나 높은 셈이다.

연령별 매출 증가율에서도 편의점 원두커피 수요 저변이 넓어지는 추세를 확인할 수 있다.

씨유의 소비자 연령별 원두커피 매출 비중을 보면, 30·40대는 지난해 60%에서 올해 63%로 늘어난 반면 10·20대는 22%에서 20%로 오히려 줄었다.

씨유 관계자는 "10대·20대 학생이나 젊은 직장인만 편의점 커피를 즐기는 것이 아니라, 이제 30·40대 직장인까지 커피가 생각날 때 편의점을 찾는다는 뜻"이라며 "커피 전문점 한 잔 가격에 편의점 원두커피 3~4잔을 즐길 수 있는 데다 뛰어난 접근성, 높은 품질 등으로 편의점 커피 애호가가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편의점 GS25 PB 원두커피(카페25)의 1~11월 매출도 지난해 같은 기간의 3.68배까지 뛰었다.

올해 GS25 베스트셀러 순위에서도 카페25는 판매량 기준 4위, 매출 기준 8위에 올랐다.

(서울연합뉴스) 신호경 기자 shk99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