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타적사용권 급증하고 CM채널 성장…내년에도 보험료는 더 오를듯

금융당국이 보험산업의 사전 규제를 대폭 줄여 경쟁을 촉진하기 위해 내놓은 '보험업 경쟁력 강화 로드맵'이 본격 시행된 첫해가 지나가고 있다.

금융개혁의 한 갈래로 추진된 보험업 경쟁력 강화 로드맵은 상품 개발의 자율성을 높여 '붕어빵 상품'을 없애고, 가격 규제와 자산운용 부문의 규제도 풀어 보험사들의 운신 폭을 넓혀주는 것을 골자로 한다.

올해 본격 시행된 로드맵에 따라 보험사들은 앞다퉈 신상품을 내놓고 인터넷 시장에 뛰어드는 등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기 위한 활발한 움직임을 보였다.

그러나 반대급부로 그간 억눌려 있던 보험료가 일제히 오르는 등의 부작용도 나타났다.

◇ 신상품 개발 대폭 증가…'보험다모아' 등 CM채널 급성장

세계 8위로 성장한 보험시장을 보유하고도 내용이 똑같은 '붕어빵 상품'만 내놓고 영업 경쟁에만 치중하는 문제점을 고치려는 로드맵의 시도는 어느 정도 효과를 내는 것으로 보인다.

보험사들은 지난해부터 해지환급금을 낮춰 보험료를 끌어내린 보험이나 고령자·유병자를 위한 간편심사보험, 운전자의 안전운전 습관이나 대중교통 이용량에 따라 보험료를 할인해주는 자동차보험 등 다양한 신상품을 내놓았다.

실제로 보험업계의 '특허'라고 할 수 있는 배타적 사용권의 추이를 보면 보험사들이 치열한 신상품 경쟁을 벌였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생명·손해보험협회에 올해 배타적사용권을 신청한 경우는 모두 18건(생명보험 8건·손해보험 10건)으로, 이 가운데 생명보험 8건과 손해보험 7건 등 모두 15개의 상품이 배타적사용권을 얻었다.

이는 2011년과 2015년의 9건을 넘어선 역대 최다다.

보험업계의 배타적사용권 부여 건수는 2012년 7건, 2013년 8건, 2014년 7건 등 10건을 넘어선 적이 없었으나 올해 급증했다.

배타적 사용권이란 손해보험협회와 생명보험협회의 신상품 심의위원회가 창의적 보험상품을 개발한 회사에 독점적 판매 권리를 부여하는 제도로, 다른 보험사들은 해당 기간에 유사한 상품을 판매할 수 없다.

과거에는 배타적사용권이 상품 출시 초기의 마케팅에 약간의 도움을 주는 수단 정도로만 여겨졌으나, 최근 배타적사용권의 부여 기간이 길어지고 '히트 상품'이 연달아 나오자 업계의 경쟁에도 불이 붙은 것이다.

인터넷 채널의 급성장도 빼놓을 수 없다.

특히 지난해 말 온라인으로 보험 가격을 한 눈에 비교하고 가입할 수 있는 보험슈퍼마켓 '보험다모아'가 출범한 이후 주요 상품인 자동차보험을 중심으로 온라인 시장이 팽창했다.

실제로 손해보험협회에 따르면 올해 8월까지 국내 손보사의 사이버마케팅(CM) 채널 원수보험료는 1조3천970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50.1% 급증했다.

대다수 손보사가 보험다모아를 통해 자동차보험을 판매하는 가운데, 내년에는 아직 CM 채널에 진출하지 않은 MG손해보험, 더케이손보 등 중소형사들도 잇따라 도전장을 내밀 예정이라 시장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 밖에도 KB손해보험이 처음으로 요양사업 자회사를 설립해 실버사업에 진출하는 등 신시장을 향한 보험사들의 도전도 이어지고 있다.

◇ 자동차·실손보험 등 멈추지 않는 보험료 인상

이렇게 업계에 '새 바람'이 분 것은 사실이지만, 그 이면에서는 보험료가 일제히 올라 소비자 부담이 가중되는 부작용도 나타났다.

지난해 연말부터 시작된 자동차보험료 인상은 사실상 올해 내내 이어졌다.

손해율이 높은 중소형 손보사들부터 보험료를 올리기 시작했고, 올해 들어 현대해상, KB손보, 동부화재, 삼성화재 등 대형사들도 연달아 보험료 인상 행렬에 동참했다.

대부분의 보험사가 한 차례씩 인상한 이후 한동안 소강상태를 보이는 듯하던 자동차보험료는 10월 들어 악사손보, 흥국화재 등 중소형사를 중심으로 다시 인상 움직임이 재개되는 모습이다.

대형사들도 기본 담보의 보험료를 올리고 자기차량 손해 담보의 보험료는 낮추는 방식으로 전체 평균 보험료 인상률은 '0'으로 유지하되 담보별로 보험료를 조정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보험사들이 보장성 보험의 보험료를 책정할 때 기준으로 삼는 예정이율도 올해 대폭 하락했다.

주요 생명보험사들은 올해 4월에 일제히 3% 안팎이던 예정이율을 2.75% 수준으로 조정한 데 이어, 10월 들어 다시 이를 2.50% 안팎으로 추가 인하했다.

일반적으로 예정이율을 0.25%포인트 낮추면 보험료는 5∼10% 오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올해에만 두 차례에 걸쳐 최대 20%까지 보험료가 올라간 것으로, 이는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손해보험사 중에서도 업계 1위인 삼성화재가 지난 11월 처음으로 예정이율을 2.50% 수준으로 낮췄다.

이에 따라 대부분의 다른 손보사들이 내년 1월 일제히 예정이율을 비슷한 수준으로 인하할 것으로 알려져, 보험료 인상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제2의 건강보험'으로 불리는 실손보험료도 마찬가지다.

금감원에 따르면 올해 24개 보험사의 실손보험료는 지난해보다 평균 18% 올랐다.

보험사들이 손해율 관리에 애를 먹는 상품이다 보니, 내년에도 실손보험료의 인상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보험개발원은 각 보험사에 실손보험료의 참조요율을 전달했다.

업계에 따르면 보험개발원은 30대를 기준으로 남성은 15.5%, 여성은 15.0%의 보험료를 인상하는 참조요율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각 보험사가 이 참조요율을 기반으로 자사의 손해율 데이터 등과 함께 분석해 내년 실손보험료 인상 폭을 결정하는 만큼, 상당한 수준의 인상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올해 보험료가 연달아 오른 것은 그동안 억눌려 있다가 일시에 시장 상황을 반영한 영향이 크다"며 "시간이 흐르면 경쟁 논리에 따라 가격을 낮추는 곳이 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울연합뉴스) 고동욱 기자 sncwoo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