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난 넘긴 쏠리드…이재명 시장 덕?
통신장비업체 쏠리드의 정준 대표(벤처기업협회장·사진)는 지난 10월 200억원 안팎의 자금을 조달하기로 했다. 운영자금으로 쓸 돈과 만기가 돌아오는 빚 일부를 갚기 위해서였다. 부도 난 스마트폰업체 팬택을 인수하느라 정 대표는 자금이 절대적으로 부족했다. 쏠리드는 지난해 팬택 인수에 1000억원이 넘는 돈을 쏟아부었다.

그는 지난 10월 중순 주부배정 방식 유상증자 계획을 발표했다. 기존에 발행한 쏠리드 주식(2147만여주)의 절반에 가까운 1000만주를 새로 발행한다는 내용이었다. 부채비율이 400%를 넘어 은행권 추가 대출은 어려웠다. 주주들이 추가로 돈을 대는 수밖에 없었다.

증자 성공 가능성은 불투명했다. 주주들이 쏠리드 신주를 받는다 해도 차익을 남기기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증자 발표 전후로 4000원가량이었던 쏠리드 주가는 불과 며칠 만에 2000원대로 ‘반 토막’이 났다. 이 때문에 증자 발행가는 1815원까지 떨어졌다.

상황이 급반전한 것은 지난달 하순이었다. 청약일을 앞두고 주가가 크게 뛰기 시작했다. 이재명 성남시장이 유력 대선주자로 부각된 영향이었다. 정 대표가 성남창조경영CEO 포럼의 운영위원을 맡고 있어 수혜를 보지 않겠느냐는 기대가 컸다. 이 시장의 지지율이 오를수록 쏠리드 주가가 상승하는 일이 반복됐다.

증자 대금이 납입된 지난 12일 쏠리드 주가는 4130원까지 올랐다. 쏠리드 주주들이 신주를 받아 이 가격에 바로 판다면 두 배 넘는 수익을 낼 수도 있었다. 주주들에게 배정된 신주는 결국 동났다. 쏠리드는 181억원의 자금을 성공적으로 조달했다.

정 대표는 팬택의 부활에 주력하고 있다. 팬택이 살아야 이 회사 지분 96%를 보유한 쏠리드도 살 수 있어서다.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를 돌며 팬택의 해외 파트너를 찾는 중이다. 그는 팬택의 해외 진출을 통해 국내의 부진을 만회한다는 계획이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