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됐다.우리가 해냈다."

17일 오후 관세청이 롯데, 현대, 신세계 등 '유통 빅3' 업체를 서울 시내 면세점 신규 사업자로 선정했다고 발표하자 초조하게 결과를 기다리던 현대면세점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우레와 같은 환호성이 터져나왔다.

이들은 서로 부둥켜안고 환희와 감격에 찬 악수를 나누며 지난해 면세점 입찰전에서 탈락한 뒤 1년여에 걸친 준비 기간에 겪어야 했던 정신적 압박감과 불안감을 훌훌 털어버리고 숙원을 이룬 기쁨을 나눴다.

롯데와 신세계도 마찬가지였다.

어느 때보다도 대내외 변수가 많아 마음을 졸였던 이들은 그동안 함께 고생해온 동료들을 얼싸안고 환호를 지르며 '3차 면세점 대전'에서 승리한 기쁨을 만끽했다.

특히 신동주·동빈 형제간 경영권 분쟁의 와중에 예기치 않게 월드타워점의 사업권을 빼앗겼던 롯데는 다른 어느 사업자보다도 초조하게 이번 결과를 기다렸다.

롯데 관계자는 "그동안 여러 논란이 있었기 때문에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몰라 너무 불안했다"며 "합격 소식을 듣는 순간 저절로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또 주말 늦은 저녁인데도 롯데 직원들의 단체 카톡방이나 사내 게시판에는 "다행이다" "정말 초조했는데 해냈다" 등의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저녁도 먹지 못하고 사무실에서 초조하게 결과를 기다리던 성영목 대표 등 신세계면세점 관계자들도 발표 순간 얼싸안고 환호성을 지르며 지난해에 이어 '2연승'을 거둔 기쁨을 만끽했다.

신세계 관계자는 "그동안 관계자들이 주말도 반납하고 밤늦게까지 퇴근도 못하며 너무 많은 고생을 했다"며 "발표가 나는 순간 저절로 환호성이 튀어나왔다"고 말했다.

성 대표 등 신세계면세점 관계자들은 발표를 접한 직후 인근 식당에서 늦은 저녁과 함께 축배를 나누며 서로의 노고를 치하했다고 신세계는 전했다.

반면 탈락의 고배를 마신 SK와 HDC신라 관계자들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HDC신라면세점 관계자는 "그동안 평가 항목별로 자체 시뮬레이션을 해본 결과 (우리가) 충분히 경쟁력이 있는 것으로 분석했었는데…"라고 말끝을 흐렸다.

HDC신라면세점의 경우 지난해 새로 문을 연 신규 사업자 가운데 가장 안정적으로 사업을 정착시켰다고 자부하며 이번 면세점 입찰전에 출사표를 던졌던 터라 실망감이 더 컸다.

업계에서는 HDC신라면세점이 이미 강남지역에서 오랜 기간 유통채널을 구축해온 롯데(잠실)·현대백화점(삼성동)이나 반포·서초지역의 문화관광허브 조성을 내세운 신세계와 비교해 지역적 특성을 살린 사업 전략을 충분히 어필하지 못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특히 이번에는 같은 삼성동을 후보지로 내세워 현대백화점과 HDC신라면세점 등 두 현대 계열사가 맞붙은 데다 이미 롯데면세점 코엑스점이 있다는 점도 장애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1천200억 원을 들여 세계 최장의 인피니티 풀과 사계절 스파 등 관광객을 유인할 수 있는 명소를 꾸미겠다는 야심 찬 공약과 함께 면세점 사업권 탈환을 확신했던 SK는 탈락의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오늘은 어떤 말도 할 말이 없고 (회사 차원에서) 일체의 코멘트를 하지 않기로 했다"는 SK네트웍스 관계자의 말은 이번 탈락의 충격이 얼마나 컸는지 보여준다.

(서울연합뉴스) 정열 신호경 고유선 기자 passi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