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정국과 행장 임기 만료 시점이 맞물려 관심을 자아내던 기업은행장 인선이 일단 예정대로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원회 고위 관계자는 16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권선주 기업은행장의 임기가 끝나는 27일 이전에 새 행장 후보를 추려 임명 제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기업은행과 같은 공공기관의 기관장은 주무부처 장관의 제청을 받아 대통령이 임명한다.

그러나 지난 9일 국회의 탄핵안이 가결되면서 대통령의 직무가 정지돼, 후임 인선도 기약 없이 늦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돼 왔다.

기업은행의 경우는 권 행장의 임기가 만료된 이후 후임자가 결정되지 않으면 박춘홍 전무가 대행을 맡게 된다.

그러나 박 전무의 임기도 내년 1월 20일이면 종료되고, 그 이후 상임이사가 대행직을 물려받아야 하지만 박 전무 외에 상임이사가 없어 수장의 '완전한 공백' 상태가 이어질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일각에서는 권 행장이 물러나면서 행장 대행을 할 수 있는 부행장들을 순서대로 지정해 두는 방안도 고려됐다.

하지만 금융위는 절차대로 새 행장을 임명하는 절차를 밟기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다만 여전히 황교안 권한대행이 대통령의 인사권까지 대신 행사할 수 있느냐에 대한 해석이 엇갈리고 있어, 앞으로 논란이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장·차관 인사라면 논란이 있겠으나, 기업은행장 인사 정도면 공백을 막는다는 차원에서 어느 정도 인사권을 행사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희망 섞인 전망을 내놓았다.

그러나 벌써 기업은행 내부에서 논란이 벌어지며 인사가 '과열 양상'으로 흐르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기업은행 지부는 이날 성명을 내고 "여러 경로로 확인한 결과 김규태 전 전무와 김도진 부행장, 관료 출신 외부인사 1명을 추천한 것으로 파악됐으며, 그 배후에 현 정부 실세와 친박계가 인사에 개입한 정황도 확인됐다"고 주장했다.

특히 금융노조는 김도진 부행장을 겨냥해 "정찬우 현 한국거래소 이사장이 밀고 있으며, 김 부행장이 지난달 정 이사장과 정은보 금융위 부위원장 등과 모임을 가졌다"며 "부정청탁에 의한 인사를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김 부행장과 금융위 측은 모두 "노조의 주장처럼 해당 인물들이 만난 사실이 없다"고 부인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노조가 따로 '미는 후보'가 있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나오고 있다.

그간 권 행장의 임기 만료가 다가오면서 기업은행 안팎에서는 김규태 전 전무와 김도진 부행장 외에도 박춘홍 현 전무, 김성미·시석중 부행장, 유석하 IBK캐피탈 사장 등 내부인사와 관료 출신의 외부 인사 등이 후임자로 거론되는 등 하마평만 무성한 상황이 이어져 왔다.

그러나 기업은행 노조 관계자는 "성명에서 거론된 후보군은 적합하지 않고, 누가 새 행장이 되든 엄밀한 검증 절차를 거쳐 적합한 인물이 선임돼야 한다는 입장"이라며 "검증이 중요하므로 인선을 서두를 필요는 없다는 의미"라고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이상원 고동욱 박초롱 기자 sncwoo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