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 공백 등 정치적 요인이 1997년과 2008년의 경제위기를 증폭시켰다는 분석이 나왔다. 최근 국정 공백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위기 예방을 위한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이 15일 서울 여의도 전국경제인연합회 콘퍼런스센터에서 연 ‘1997년·2008년 금융위기의 경험과 2017년 위기예방을 위한 정책방향’ 세미나에서 오정근 건국대 IT금융학과 특임교수는 “미국의 추가 금리 인상을 계기로 내년 신흥시장국에 다시 금융위기가 찾아올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전망했다.
"국정 공백때마다 경제위기…내년에도 재연 우려"
오 교수는 “한국도 1997년과 2008년에 이어 다시 위기 국면에 진입하고 있다”며 “두 번의 위기가 발생했을 당시 국정 공백 등 정치적 요인이 위기를 증폭시키는 양상을 보였는데 최근 국정 공백 사태로 인해 경제위기가 재연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오 교수는 1997년 외환위기 발생 전에는 김영삼 대통령의 차남 김현철 씨의 한보그룹 대출 관련 의혹으로 국정 공백이 나타나 당시 추진 중이던 노동·금융개혁이 무산됐고, 이로 인해 기업·금융 부실이 크게 늘고 외국인 자금이 유출돼 그해 말 외환위기를 키웠다고 설명했다.

2008년 금융위기 전에는 2007년 미국의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로 세계 경기가 둔화되는 가운데 2008년 4월부터 석 달간 광우병 촛불집회가 지속돼 당시 이명박 정부의 국정 동력이 급격히 약화됐다. 그해 9월 리먼브러더스 파산으로 외국인 자금이 많이 유출돼 결국 외화 유동성 위기를 맞았다고 분석했다.

오 교수는 “지난 10월부터 불거진 최순실 사태로 정치적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국정 공백이 심화되면서 부실 기업 구조조정, 노동개혁 등 구조개혁이 뒷전으로 밀렸고 미국 새 행정부 등장에 대비하지 못하고 있다”며 위기 예방책 마련을 촉구했다.

그는 “외환위기 발생 시 필요한 외환보유액은 4473억달러 수준으로 추정되는데 지난 11월 말 기준 외환보유액은 3720억달러로 753억달러가량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위기 발생 시 내국인의 자본 유출과 한국 기업 해외 현지법인의 현지 금융까지 고려하면 최대 1500억달러 정도 외환보유액을 추가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