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금리인상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미 예고됐던 것이라 해도 내년부터 인상 속도가 빨라질 것임을 시사했기 때문이다. 미 기준금리는 연 0.50~0.75%가 됐다. Fed가 내년에 두 번만 올려도 그 상단이 한국은행 기준금리(연 1.25%)와 같아진다. 세 번 올리면 금리 역전이 일어난다. 어제 한국은행은 금리 동결 외엔 다른 선택이 없었을 것이다. 내년 경기침체에 대비해 금리를 더 내려야 한다는 주장이 적지 않았지만 이제는 오히려 올려야 할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미국 금리인상은 광범위한 파장을 낳는다. 당장 각국 환율에 영향을 미치고 신흥국 충격은 물론 유가와 원자재값 변동이 불가피하다. 모든 가격변수들이 동시에 변동성이 커진 것이다. 게다가 초저금리에 편승한 가계부채가 1300조원이나 쌓여 있다. 이제 초저금리 시대가 종언을 고하고 정상궤도로 전환해야 할 기로에 서 있다. 정부가 부동산과 부채를 더욱 타이트하게 관리해야 함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Fed의 빨라진 금리인상 행보는 한편으론 미국 경제의 자신감 표현이기도 하다. 트럼프 행정부의 경기부양 의지와 맞물려 침체된 세계 경제에 활력소가 될 수도 있다. 미국 경제라는 열차에 편승할 수 있다면 우리에게도 기회임이 분명하다. 그러기 위해선 생산성 혁신을 통한 경제체력 극대화가 관건이다. 돌이켜보면 경제충격 흡수능력은 구조개혁이 좌우했다. 미국의 1994~1995년 금리인상(연 3.0→6.0%)은 아시아 외환위기, 2004~2006년 인상(연 1.0→5.25%)은 글로벌 금융위기로 귀결됐다. 1990년대엔 고비용 저효율 경제로 외환위기 충격을 고스란히 맞았지만 구조조정으로 체력을 비축한 시기는 잘 버텼다.

지금은 어떤가. 경제 무력증은 점점 심해지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 9년간 세계적인 초저금리 속에 한국에선 노동개혁이든, 규제개혁이든, 내수혁신이든 어느 것 하나 실천한 게 없다. 단 한 건의 구조개혁 법안도 통과시키지 않은 게 국회다. 그런 틈을 타고 이익집단들은 강고한 기득권으로 똬리를 틀고 특권 고수와 이권 확장에 혈안이 돼 있다. 어느 집단이든 ‘우리만 빼고’ 개혁하라고 외친다. 만인 대 만인의 기득권 투쟁이다. 그 결과 뱃살은 잔뜩 찌고 팔다리는 가느다랗게 변한 저질 체력의 ET형 경제구조가 돼버렸다.

국제 정세와 세계 경제가 중대한 변곡점에 와 있다. 제로금리와 통화완화가 종말을 고해 빚으로 벌이던 부채 파티도 이젠 끝이다. 우리 경제는 무슨 준비가 돼 있는가. 집값 떨어질까봐 전전긍긍하며 부동산과 건설경기에 기대 살얼음판을 걸어왔을 뿐이다. 정국 혼란까지 겹쳐 이젠 2% 성장도 장담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근본적인 생산성 제고와 구조개혁을 소홀히 한 대가다. 조그만 변화에도 경제불안, 경제위기론이 증폭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런 상태에서라면 어떤 충격도 이겨낼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