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대책 약발 안 들어…'풍선효과'로 2금융권 대출 급증
부동산 규제 강화하면 주택시장 냉각 우려


다사다난한 한국경제에서 올해 내내 불안감을 키웠던 문제 중 하나가 가계부채다.

가계가 은행 등 금융기관과 대부업체 등에서 빌린 돈은 늘고 또 늘어 급증세가 꺾이지 않았다.

한국은행의 가계신용 통계에 따르면 지난 9월 말 가계부채는 1천295조7천531억원이다.

여기에 10월 은행을 비롯한 예금취급기관의 가계대출 증가액 10조1천714억원을 더하면 1천300조원을 훌쩍 넘는다.

우리나라 국민 1인당 평균 약 2천500만원의 빚더미에 앉아 있는 셈이다.

올해 들어 9개월 동안 가계부채는 92조6천539억원(7.7%) 늘었다.

증가액이 작년 같은 기간 79조6천360억원보다 13조179억원이 많았다.

9월 말 가계부채 잔액을 2014년 9월 말과 비교하면 2년 동안 무려 239조3천116억원 불어났다.

이는 정부의 부동산 활성화 정책과 한은의 완화적 통화정책이 빚어낸 결과다.

정부는 2014년 8월 내수 진작을 위해 주택담보인정비율(LTV), 총부채상환비율(DTI) 등의 규제를 완화했다.

이주열 한은 총재가 2014년 4월 취임하고 나서 기준금리는 지속해서 떨어졌다.

2014년 7월 연 2.50% 수준이었지만 2년 사이 5차례 내려가면서 1.25%로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저금리가 장기화하자 가계는 주택구입 등의 목적으로 대출을 많이 받으면서 빚이 걷잡을 수 없이 불어났다.

당초 올해 들어 가계부채 증가세가 둔화하지 않겠느냐는 기대감이 있었다.

금융당국이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에서 소득심사를 강화한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을 지난 2월 지방에 이어 5월 수도권으로 확대하는 등 대책에 나섰기 때문이다.

그러나 은행의 문턱을 넘지 못한 대출수요가 저축은행, 상호금융 등 2금융권으로 이동하는 '풍선효과'가 나타났다.

올해 1∼10월 비은행예금취급기관의 가계대출 증가액은 33조7천581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16조588억원)의 2배나 된다.

2금융권은 금리가 은행보다 높다는 점에서 가계부채의 질이 악화됐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런 가운데 가계부채를 담당하는 금융당국과 통화당국인 한은 간 미묘한 신경전도 벌어졌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 8월 11일 금통위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정부의 가계부채 대책에서 구체적 성과가 나타나지 않는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에 금융위원회는 다음 날 보도자료를 내고 개별 주택담보대출의 증가세가 둔화하는 등 정책적 효과가 있다고 반박했다.

정교한 가계부채 대책이 시급한 상황에서 안이한 인식을 드러낸 것이다.

올해 하반기 정부가 추가적인 가계부채 대책을 잇달아 내놓았지만, 고민은 더욱 커졌다.

가계부채 증가세를 줄이려고 대출을 강화하는 정책을 시행하면 부동산 시장의 냉각을 통해 경제에 충격을 줄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최근 정부가 8·25 가계부책 관리방안에 따른 후속 조치로 금융규제에 나서면서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기 시작했다.

집단대출이나 상호금융 주택담보대출에 대해서도 소득심사 강화, 원리금 분할 상환 등을 내용으로 하는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을 적용하기로 발표한 영향이다.

지난 9일 기준 서울의 아파트값이 전주보다 0.01% 떨어지면서 재건축에 이어 일반아파트값이 1년 만에 상승세를 멈췄다.

서울과 수도권 신도시 일대 아파트 거래도 급감했다.

더욱 큰 문제는 내년에도 가계부채 증가세를 확실히 잡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작년 12월 한국은행은 금융안정보고서에서 주택분양 물량 등을 감안해 2016∼2017년 집단대출 수요를 추정해본 결과, 집단대출로 인한 주택담보대출 증가 규모가 월평균 약 3조∼4조원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의 금리 인상 등 국내외 경제 상황과 맞물려 가계부채의 부정적 효과가 내년에 더 커질 수 있다.

최근 현대경제연구원은 올해 하반기부터 가계부채가 소비증가율에 미치는 효과가 '마이너스'(-)로 바뀌고 내년에는 가계부채가 소비증가율을 0.63% 포인트 낮출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서울연합뉴스) 노재현 박인영 기자 noja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