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인조사 진행중…내년 S8 출시 앞서 재발방지책 절실

갤럭시노트7은 등장과 퇴장이 모두 드라마 같았다.

출시 초반 삼성전자 스마트폰 사상 최대의 흥행 성적을 기록했지만, 잇단 발화 사고로 처음으로 '불명예 단종'됐다.

삼성전자는 8월 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갤럭시노트7 공개 행사를 열었다.

지난해 출시한 갤럭시노트5 후속작으로 '6'을 건너뛰고 노트7을 선보이면서 성공을 자신했다.

갤럭시노트7은 지문 인식보다 한 발 더 나간 '홍채 인식'을 도입해 눈길을 끌었다.

지문보다 보안성이 뛰어난 동공 모양으로 이용자를 인식해 모바일 금융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또 듀얼 엣지 디스플레이, 고속 무선 충전, 방수·방진 기능, 외장 메모리 슬롯 등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요소를 '종합선물세트'처럼 두루 갖추고 배터리 용량을 전작보다 17% 늘렸다.

제품이 나오자마자 시장은 열광했다.

삼성은 국내 시장에서 8월 6일부터 13일 동안 갤럭시노트7 40만대를 예약 판매했다.

올해 3월 출시한 갤럭시S7의 2배 가까이 팔릴 정도로 반응이 좋았다.

블루코랄 색상은 품귀 현상까지 나타났다.

욕심이 과했던 탓일까.

시판 엿새째인 8월 24일 인터넷 커뮤니티 '뽐뿌'에 올라온 한 소비자의 제보는 비극의 서막이었다.

갤럭시노트7이 충전 중 갑자기 폭발했다는 내용의 제보였다.

보상을 노린 허위 제보 아니냐는 논란이 일었지만, 미국과 한국에서 비슷한 발화 사고가 동시다발로 발생했고, 삼성은 8월 31일 갤럭시노트7의 공급을 전격 중단하기에 이른다.

고동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장은 이틀 뒤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그동안 10개국에서 판매한 갤럭시노트7 250만대를 전량 회수하겠다고 밝혔다.

고 사장은 삼성SDI가 공급한 일부 배터리 불량 때문에 발화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파악했다면서 중국 ATL이 생산한 배터리를 탑재한 제품으로 무상 교환하겠다고 했다.

삼성의 자발적인 대규모 리콜은 이재용 부회장이 주도한 통 큰 결단이라는 찬사를 듣기도 했다.

그러나 한국에서 교환 프로그램을 시작한 지 13일 만인 10월 1일, 한 차례 교환한 갤럭시노트7이 발화했다는 소비자의 신고가 들어왔다.

삼성의 의뢰를 받은 한국SGS와 한국산업기술시험원(KTL)은 재빠르게 이 사고가 외부 충격에 의한 발화로 보인다는 분석 보고서를 내놨지만, 이후에도 비슷한 사고가 속출했다.

미국 연방항공청(FAA)과 소비자제품안전위원회(CPSC)가 조사에 착수했고, 각국 정부와 항공사들이 기내에서 갤럭시노트7을 소지하지 못하도록 규제했다.

ATL 배터리가 들어간 교환 제품들도 잇따라 발화하면서 '삼성SDI가 공급했던 일부 배터리 불량이 문제'라는 삼성전자의 애초 진단이 오진(誤診)으로 드러난 것이다.

결국, 삼성은 10월 11일 갤럭시노트7 생산을 중단했다.

자발적인 리콜로 사태는 수습되는 듯했으나 오히려 파문이 확산했고, 삼성으로선 더 이상의 피해를 막고 소비자 신뢰를 지키기 위해 뼈아픈 결단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국회 국정감사에서는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KTL의 발화 원인조사가 졸속 처리됐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삼성이 애플 아이폰7을 견제하기 위해 출시 일정을 지나치게 앞당겼고, 더 많은 소비자를 만족하게 하려고 잡다한 기능을 망라해 발화 스캔들을 자초했다는 업계 분석도 나왔다.

소비자 수천 명은 삼성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삼성은 미국 시험인증기관 UL, 한국의 KTL 등과 정확한 발화 원인을 조사하고 있으며 이르면 올해 안에 조사 결과를 발표할 전망이다.

아울러 최대 10만원 상당의 쿠폰, 통신비 지원이라는 '당근'과 네트워크 차단, 충전율 제한 등의 '채찍'을 동시에 제시하면서 갤럭시노트7 교환·환불을 장려했다.

갤럭시노트7 리콜과 단종에 따른 삼성의 손실은 막대했다.

삼성은 갤럭시노트7 리콜부터 재고 처리까지 4조원의 비용이 들 것으로 내다봤다.

또 내년 1분기까지 판매 기회를 잃은 데 따른 기회비용이 발생해 총 손실이 7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삼성 스마트폰 사업의 영업이익은 올해 2분기 4조3천200억원에서 3분기 1천억원으로 고꾸라졌다.

이에 따라 국가 경제도 큰 타격을 입었다.

3분기 한국의 제조업 성장률은 -0.9%로 7년 6개월 만에 가장 낮았다.

10월 수출도 작년 동기보다 6.3% 줄었다.

갤럭시노트7의 빈자리는 임시방편으로 갤럭시S7이 대신하고 있다.

블루코랄, 블랙펄 색상이 추가로 출시돼 11월 셋째 주에 5주 만에 아이폰7 판매를 역전했다.

삼성은 내년 초 갤럭시S8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갤럭시S7을 잇는 갤럭시S8은 아이폰 시리(Siri)와 비슷한 음성비서 비브(VIV)를 탑재할 것으로 보인다.

전면을 테두리 없이 디스플레이로 덮고, 홈 버튼과 이어폰 구멍을 없애는 획기적인 디자인이 거론된다.

갤럭시노트7의 정확한 발화 원인조사와 투명한 재발 방지 대책은 갤럭시S8으로 재기를 노리는 삼성이 먼저 해결해야 할 절체절명의 과제로 남아있다.

(서울연합뉴스) 한지훈 기자 hanj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