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의 '가구 공룡' 이케아가 이달 18일 '한국진출 2년'에 접어들면서 그간 국내 가구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가구 및 생활용품 판매기업인 이케아의 소비자·기업 거래(B2C) 시장 진출로 국내 가구 시장은 활성화됐지만, 진출 초기부터 우려됐던 영세상인 피해는 여전해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5일 이케아에 따르면 이케아코리아는 올해 1월~8월 누적 매출이 작년 같은 기간보다 17% 증가했다.

이케아코리아의 올해 글로벌 회계연도 기간(2015년 9월~2016년 8월) 매출은 3천450억 원으로 국내 주요 가구업체의 연간 매출과 맞먹는 수준이다.

이케아코리아 관계자도 "지난 2014년 12월 18일 이케아 광명점 개관으로 한국에 처음 진출한 지 2년 만에 빠르게 성장했다"고 말했다.

특히 올해 미국에서 이케아 말름(MALM) 서랍장 등으로 인해 어린이 사망사고가 발생해 한국에서 관련 서랍장을 '리콜' 조치하는 등 이케아코리아는 악재에 부딪히기도 했다.

그러나 저가 가격에 DIY(Do It Yourself) 방식을 앞세워 이미 국내 소비자를 공략한 만큼 큰 타격을 받지 않았다는 관측이 많다.

DIY는 소비자가 스스로 가구를 설치하고 조립하는 것으로 완성품을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국내 업체의 주요 전략과 차별화된 것이다
이케아의 한국진출은 국내 '중가 이상'의 가구 기업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파악된다.

저가의 제품 특성상 중가 이상 제품이 다수인 한샘 등 주요 가구기업과 공략층이 크게 겹치지 않아 직접적인 경쟁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오히려 국내 산업 전반에 경기 침체 현상이 불어닥친 상황에서 이케아 덕분에 가구에 대한 소비자 관심은 높아져 시장 활성화가 이뤄졌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지난해 가구 소매 판매액은 5조33억 원으로 전년 대비 7.0% 늘어나며 지난 2006년 이후 가장 높은 증가 폭을 나타냈다.

1990년대 이후 국내 가구 시장이 이미 성숙기에 접어든 점을 고려하면 이례적인 결과라는 게 업계의 평가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이케아 덕분에 가구 시장의 호황기가 다시 열렸다'는 얘기도 흘러나온다.

실제로 국내 대표 가구업체인 한샘의 올해 3분기 누적 매출은 1조 3천769억 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10%가량 증가했다.

국내 4대 가구기업 퍼시스의 자회사 일룸도 작년 매출로 1천315억 원을 기록하며 적자 늪에서 벗어났다.

강성문 일룸 대표이사는 "이케아 때문에 가구 시장 전체가 활성화돼 중저가 시장은 물론 고가 시장도 성장했다"며 "우리 같이 제품 가격 부담이 만만치 않은 업체는 이케아와의 경쟁을 피하면서도 매출 증가를 꾀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한샘 관계자는 "완성품을 내세우는 한샘과 DIY를 표방한 이케아는 공략 소비자층이 서로 다르다"면서도 "한샘도 이케아의 진출로 수혜를 본 측면이 더 많다"고 전했다.

다만 시장 상인 등 영세 인테리어 업체의 경우 사정이 다르다.

단돈 '천 원짜리' 제품이 있을 정도로 싼 데다 고급스러운 디자인을 추구하는 이케아에 밀려 이들 업체는 '저가 경쟁력'을 잃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업체들은 사업을 유지하는 데 어려움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분이 영세 가구업체인 가구업종 가맹점 수(카드업계 업종 분류 기준)는 올해 2월 1만3천여 개로 2011년 2월(2만1천여 개)과 비교해 5년 만에 절반 가까이 급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케아가 가구는 물론, 직물제품과 주방용품 소매점의 매출감소에도 영향을 준다는 분석도 나왔다.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지난해 2월 기준 광명시 내 가구 및 생활용품 판매 업체 55%가 2014년 12월 이케아 입점 후 매출감소를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케아가 앞으로 한국 사업을 대대적으로 확장할 계획인 만큼 영세상인을 위한 활성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케아코리아는 오는 2020년까지 총 1조 2천억 원을 들여 광명점을 포함해 전국 6개 매장을 운영할 계획이다.

가구업계 관계자는 "이케아를 포함해 한샘, 현대리바트 등 주요 가구기업과 영세 상인들이 상생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며 "상인들이 주축인 비브랜드 가구 시장 점유율은 전체의 70%인 점을 고려하면 상인들은 지금도 시장에서 충분히 수익을 올릴 수 있다.

영세상인이 장인 정신 등 차별화된 제품 전략으로 시장 공략에 나설 수 있도록 대책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승환 기자 iaml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