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15일 새벽 1년 만에 기준금리를 올리면서 한국경제에 또 하나의 외부 충격이 가해졌다.

당장 이번 금리 인상으로 국내에서 자본유출 압력이 커졌다.

신흥국 경기에 충격을 줄 경우 가뜩이나 어려운 우리 수출의 회복도 지연될 수 있다.

문제는 속도다.

이번 금리 인상은 충분히 예견된 상태에서 이뤄져 영향이 단기간에 그칠 것으로 보이지만 내년 미국의 금리 인상 속도가 빨라지면 한국 경제에 미칠 파급력은 예측하기 어렵다.

실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내년 금리 인상 예상 횟수를 종전보다 늘리는 방향을 시사했고 시장에서도 미국의 금리 인상 속도가 애초 전망보다 빨라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정부는 미국 금리 인상으로 우리 경제에 이상징후가 나타나지 않도록 신속하고 단호하게 대처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 美 금리 25bp 상승하면 외국인 주식투자자금 3조원 유출

이번 미국의 금리 인상은 한국 금융시장에 먼저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 저금리 기조 하에 한국과 신흥국에 유입됐던 미국 등 선진국 자금이 급격히 유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분석에 따르면 미국 1년 국채금리가 25bp(1bp=0.01%포인트) 상승하면 한국의 외국인 주식투자자금은 3개월 후 3조원 유출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지난해 12월 미국의 1차 금리 인상 시기에는 3개월간 6조3천340억원이 빠져나간 것으로 집계됐다.

미국의 금리 인상으로 인한 자본유출을 막기 위해서는 한국도 기준금리를 올려야 하지만 이 경우 1천300조원을 돌파한 가계부채 뇌관을 건드릴 수 있다.

다만 급격한 자본유출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분석도 있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1999∼2000년, 2004∼2006년 등 미국의 두 차례 금리인상 때 한미 금리차 확대에 따른 자본유출 압력은 단기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진단 역시 다르지 않다.

KDI는 최근 내놓은 하반기 경제전망에서 미국이 금리를 인상하더라도 향후 급격한 자본유출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KDI는 "자본유출입은 대내외 금리차 이외에 다양한 요인에 의해 결정된다"면서 "실제 한국과 미국의 실질금리는 각각의 상황에 따라 변동한 반면, 자본유출입은 글로벌 금융위기 기간을 제외하고 안정적으로 유지돼 왔다"고 설명했다.

◇ 신흥국 경기침체 → 수출 회복 지연 등 악영향

미국의 금리 인상이 한국의 실물경제에 미치는 영향 역시 복합적이지만 부정적 파급효과가 더 클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미국 금리 인상으로 달러화 강세가 심화돼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 한국 기업들의 가격 경쟁력이 높아지는 점은 수출에 도움을 주는 요인이다.

반면 국제 금융시장의 불안으로 신흥국 경기가 침체될 수 있어 수출 회복을 지연시킬 수도 있다.

한국의 수출에서 중국 등 신흥국 의존도는 57.5%에 달한다.

신흥국 경기가 타격을 받으면 한국 수출의 감소로 직결된다.

한국 수출은 지난 7월까지 19개월 연속 마이너스 증가세를 보이다 8월 20개월 만에 반등에 성공했다.

다시 9월과 10월 감소세를 보이다 11월에는 2.7% 늘어나면서 반등에 성공했지만 미국 금리 인상이 이같은 회복세를 제약할 수 있다.

KIEP 분석에 따르면 "미국 기준금리 인상이 한국 실물경제에 주는 직접적인 영향은 미미하지만 원/달러 환율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생산과 수출에는 간접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밝혔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는 미국이 한 차례 금리를 인상하는 충격이 가해지면 한국 경제의 성장률은 2∼3분기에 걸쳐 0.15∼0.25%포인트(p) 하락했다가 1년 6개월 이후 안정을 되찾는 것으로 추정됐다.

◇ 내년 인상 속도가 문제…정부 "최고의 긴장감, 필요시 단호한 대응"

문제는 내년이다.

1년 만에 이뤄진 이번 금리 인상은 이미 시장에서 충분히 예견돼 왔다.

정부 관계자는 "이번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영향은 이미 국내 금융시장 등에 선반영이 된 것으로 보인다"면서 "미국이 내년 이후 몇 번이나 더 금리를 올릴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미국의 내년 금리 인상 속도가 애초 예상보다는 빠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연준의 매파적 색채가 이전보다 강해졌다는 것이다.

연준 위원들은 앞으로 금리가 얼마나 오르고 내릴지 개인적인 생각을 담은 표인 '점도표'를 통해 내년 1년간 3차례 금리 인상이 단행될 것으로 시사했다.

연준은 지난 9월에는 내년에 2차례의 금리인상을 전망한 바 있다.

서향미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재정정책의 경기부양 효과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파악하기 어렵지만 어쨌든 기대 인플레를 자극하고 있어 미국 연준이 통화정책 긴축 강도를 높일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시장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감세정책을 통해 성장률을 끌어올리고 재정적자를 확대하면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인플레이션 압력을 억제하기 위해 금리 인상 속도를 높일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정부도 미국의 금리 인상 속도가 예상보다 빨라질 것으로 평가하고 이날 거시경제금융회의를 소집해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회의를 주재한 최상목 기획재정부 1차관은 "최고 수준의 긴장감과 경계감을 유지해야 한다"면서 "필요시 단호하고 신속한 시장안정조치를 하겠다"고 강조했다.

세계 경제가 저성장 기조를 벗어나지 못하는 가운데 미국 금리가 오르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급격히 외채를 늘려온 신흥국은 디폴트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

이는 순차적으로 한국경제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미국이 공격적인 금리 인상에 나서면 한국의 거시경제 정책에도 제약이 가해져 위기 대응에 허점을 노출할 수도 있다.

KDI는 최근 내년 한국 경제의 성장률 전망치를 당초 2.7%에서 2.4%로 내리면서 거시경제 정책은 기존의 '재정확대+완화적 통화정책' 조합을 계속 유지할 것을 권고했다.

한미 금리 차 확대 우려로 통화정책의 운용 폭이 좁아지면 결국 재정 의존도가 올라갈 수밖에 없다.

이와 관련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한국 통화정책의 큰 폭 완화가 어려운 만큼 2017∼2018년 중 유연한 확장적 재정정책 운용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정부 관계자는 "과거 사례에 비춰볼 때 미국이 가파르게 금리를 올릴 것 같지는 않아 보인다"면서도 "구조적 취약부문과 가계부채 및 한계기업 등의 문제 대응 능력을 보강하는 등 차분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세종연합뉴스) 박대한 김동호 기자 pdhis95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