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급랭을 막기 위한 단기 부양책도 중요하지만 경제 중장기 성장잠재력을 끌어올릴 수 있는 경제활성화법안도 반드시 처리돼야 한다.”

대통령 탄핵 후 정국 주도권을 잡은 야당이 박근혜 정부 주요 정책을 폐기하려는 움직임이 나오면서 국회에 계류된 각종 경제활성화법 처리도 무산될 공산이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경제가 위중한 상황인 만큼 정치권은 당리당략을 떠나 임시국회라도 열어 각종 경제활성화법과 민생 관련 법안을 하루빨리 심사, 통과시켜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경제활성화법 우선 처리해 성장잠재력 키워야"
◆‘경제활성화법’ 상임위 통과 전무

13일 국회와 정부에 따르면 현재 ‘경제활성화법’으로 거론되는 18개 법률 개정안이 국회에서 잠자고 있다. 규제비용 총량제 등을 담은 규제개혁특별법 제정안을 비롯해 인터넷전문은행의 자본금 요건을 완화한 은행법 개정안, 원격의료를 허용하는 의료법 개정안, 노동분야 개혁을 담은 근로기준법 개정안 등 노동관련 4법 등이다.

현 정부 들어 정부와 여당이 지속적으로 추진했으나 야당의 반대로 19대 국회 때 폐기됐다가 20대 국회 들어 다시 발의된 것들이다. 유병규 산업연구원장은 “하나같이 가치 중립적이며 경기활성화에 도움이 되고 성장잠재력을 확충하는 법안들”이라며 “어느 정파가 집권하더라도 지금 입법화해야 1~2년 뒤에 효과가 나타나는 만큼 경제활성화법이 우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노동관련 4법은 청년실업 등 고용대란을 막기 위해서라도 통과가 절실하다. 규제프리존특별법은 지역 전략산업 육성을 위해 필요하다는 게 여야의 공통된 의견이었다.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이 제정되면 교육·의료·법률·콘텐츠 등 주요 서비스 분야에서 청년 일자리 35만개가 창출될 것으로 정부는 기대하고 있다.

◆노·사·정 합의도 파기 움직임

하지만 이들 법안은 탄핵 후 진도가 나갈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야권은 최근 정국 흐름을 타고 노동관련 4법과 관련해선 노·사·정이 어렵게 타협한 양대 지침(저성과자 해고 및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기준 완화)도 폐기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동안 여야 간 이견이 상대적으로 적었던 규제프리존특별법도 대기업 특혜 지원과 최순실 법안으로 묶이면서 논의가 중단됐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는 “최순실 딱지를 여기저기 붙이는 건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일자리를 만드는 게 대기업이고 기업인데 경제활성화를 위해선 필요한 건 입법해야 한다”고 말했다.

야권은 경제활성화법보다 경제민주화 관련 입법에 우선적으로 나설 태세다. 상법·공정거래법·하도급법 개정안 등 경제민주화 법안 8개와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주택임대차보호법 등 서민경제 법안 8개,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법(공수처법)·방송통신 4법 등 민주회복법안 7개를 우선 처리 과제로 꼽고 있다.

◆임시국회 열어도 ‘가시밭길’

여야는 이달 15~30일 임시국회를 열기로 합의했지만 해당 법안을 논의할 상임위는 아직 일정도 잡지 못한 상태다. 주요 민생정책을 논의할 여·야·정 협의체는 지난 12일 여당 원내지도부가 일괄 사퇴하면서 가동이 중단됐다. 정부 관계자는 “야당에서 당정협의를 하지 말라고 했는데, 당정협의를 하고 싶어도 할 대상이 없다”고 했다.

김준경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은 “경제가 한 치 앞도 안 보이는 불투명한 상황에서 경제의 마지막 불씨를 살릴 만한 경제활성화법안 처리가 우선”이라며 “이달 열기로 한 임시국회나 내년 초 임시국회에서라도 반드시 통과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