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제 리스크 선제적 대비하라” >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오른쪽 두 번째)이 1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첫 국정현안 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 “경제 리스크 선제적 대비하라” >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오른쪽 두 번째)이 1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첫 국정현안 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임종룡 금융위원장(후임 부총리 후보자) 중 경제사령탑을 누구로 세울 것인가를 놓고 혼선이 빚어지자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12일 교통정리를 했다. ‘경제팀은 현 부총리인 유일호 체제로 간다’고 가르마를 탄 것이다. 당초 임 후보자의 인사청문회를 거부하며 경제사령탑 혼선의 원인을 제공한 야당도 이날 저울질 끝에 유 부총리 유임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이로써 지난달 2일 박근혜 대통령이 임 위원장을 후임 부총리로 내정한 뒤 41일째 이어진 ‘어색한 동거’는 일단락됐다. 유 부총리 중심으로 경기 대응에 속도를 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교통정리 나선 황 대행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12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열린 금융위·금감원 합동 리스크 점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12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열린 금융위·금감원 합동 리스크 점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황 대행은 이날 ‘제1차 국정현안 관계장관회의’에서 유 부총리 중심으로 경제 현안을 계속 챙길 것을 지시했다. 동시에 임 위원장에게는 금융과 외환시장을 챙겨달라고 주문했다. 유 부총리가 경제팀 수장 역할을 계속 맡고, 임 위원장은 구조조정 등 금융 현안을 담당하도록 역할 분담을 해준 것이다.

총리실 관계자는 “지금 경제가 위중한 상황에서 불확실성을 줄이는 것이 급선무인 만큼 유 부총리에게 계속 맡기는 것이 맞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새로운 부총리를 임명하려면 국회 청문회도 거쳐야 하는데 시간을 허비할 여유가 없다”며 “현 체제를 유지하는 것이 시장 불안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내각 임명권 등 황 대행의 권한 범위에 대한 논란도 있어 부총리와 금융위원장을 새로 임명하는 데 따른 부담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황 대행의 이 같은 정리는 경제위기 관리가 시급한 상황에서 정치권 때문에 빚어진 경제사령탑 혼선을 더 이상 놔둬선 안 된다는 판단도 작용했다는 게 총리실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한 관계자는 “탄핵 이후 야당으로 정국 주도권이 넘어간 가운데 여당은 원내대표가 사퇴하는 등 지도부가 공백 상태여서 정치권에만 맡기면 누구도 책임지고 부총리 문제를 매듭지을 수 없다는 판단을 하고 황 대행이 먼저 의견을 제시한 것”이라고 말했다.

야당도 우여곡절 끝 “柳 체제 지켜보자”

경제사령탑 문제 해결의 ‘열쇠’를 쥔 더불어민주당도 이날 혼선 끝에 유 부총리 유임 쪽으로 당내 의견을 정리했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 전날 경제사령탑 문제를 민주당에 ‘백지위임’하면서 민주당으로 관련 주도권이 넘어간 상황이었다.

민주당은 이날 오전 의원총회를 열어 격론을 벌였지만 유 부총리 유지와 임 위원장으로의 교체를 놓고 주장이 팽팽히 맞섰다. 민주당은 당 지도부에 부총리 선임 문제를 위임했고, 당 최고위원회는 추가 논의한 끝에 유 부총리 체제를 더 지켜본다는 쪽으로 방침을 정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임 후보자는 박근혜 정권 경제정책에 대한 책임성, 절차적 복잡성 등을 따졌을 때 경제 컨트롤타워로서 부적합하다고 결론내렸다”며 “경제사령탑 교체는 당장 고려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민주당이 경제 수장을 임 후보자로 교체할 경우 황 대행에게 후임 금융위원장에 대한 인사권까지 줘야 한다는 ‘딜레마’에 빠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란 얘기도 나온다.

한 전직 관료는 “정부와 정치권이 단일 사령탑을 세우기로 정한 만큼 경제에 관한 한 부총리에게 전권을 부여해 경제 살리기에 전념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주완/은정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