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어지는 '사다리'…"계층이동 가능" 60→22%
“더 이상 개천에서 용은 나지 않는다.”

계층 간 이동에 대한 기대가 갈수록 낮아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자신을 사회경제적으로 ‘중간층’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줄어들고 있다. ‘흙수저’ ‘헬조선’ 논란이 불거지게 된 토양이다. 사회 전반에 대한 이런 부정적 인식은 사회 통합을 저해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계층 사다리 사라진다”

통계청이 12일 발표한 ‘한국의 사회동향’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으로 소득 직업 교육 재산 등을 고려한 사회경제적 지위에 대해 자신이 ‘중간층’이라고 답한 국민은 전체의 53.0%로 집계됐다. 1994년(60.8%)에 비해 7.8%포인트 떨어진 것이다. 같은 기간 ‘하층’이라고 답한 비율은 37.9%에서 44.6%로 높아지며 사라진 중간층의 거의 대부분을 흡수했다.

중간층 감소는 계층 사다리에 대한 부정적 인식으로 이어졌다. 계층 간 이동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높다’고 응답한 비율은 같은 기간 60.1%에서 21.8%로 급락했다. ‘가능성이 낮다’는 비율은 5.2%에서 62.2%로 뛰었다. 10명 중 6명가량은 ‘계층 사다리’가 거의 끊어졌다고 보는 셈이다.

다음 세대에도 이 같은 현상이 이어질 것이라는 인식 역시 확산되는 추세다. “자식 세대의 사회경제적 지위가 본인보다 높아질 가능성은 어느 정도라고 보느냐”는 질문에 부정적 응답 비율은 지난해 기준 50.5%로 조사됐다. 이 비율은 2006년 29.0%, 2009년 30.8%, 2011년 43.0% 등으로 꾸준히 높아지고 있다. 특히 결혼과 출산 연령대인 30대는 10명 중 6명이 부정적 응답을 한 것으로 집계됐다. 정부 관계자는 “저성장 국면에 진입하면서 계층 간 이동 가능성을 낮게 보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며 “사회 전반을 부정적으로 보는 사람들이 늘어날 경우 사회 통합을 위한 동력이 약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빚 갚느라 허리 휘는 저소득층

가계부채 규모는 2012년 말 963조원에서 올해 6월 1257조원으로 급증했다. 가계부채 증가율(전년 대비)도 같은 기간 5.2%에서 11.1%로 높아졌다. 늘어난 부채에 대한 부담은 저소득층이 상대적으로 컸다.

처분가능소득 대비 원리금 상환액 비율을 보면 1분위 가구(하위 20%)는 2012년 16.6%에서 지난 6월 25.1%로 높아졌다. 바로 위 계층인 2분위 가구도 19.7%에서 27.9%로 뛰었다. 상위 20%에 속하는 5분위 가구(18.3%→22.6%)는 상대적으로 상승폭이 적었다. 저소득층이 많이 이용하는 비은행 금융회사의 대출 금리가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스마트폰 중독 4년간 두 배 늘어

스마트폰 중독 위험이 있는 ‘과의존 위험군’은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스마트폰 사용량과 금단현상 등을 고려해 미래창조과학부가 조사하는 과의존 위험군은 2011년 8.4%에서 지난해엔 16.2%로 뛰었다. 스마트폰 중독은 저소득 가구의 성인·청소년, 고소득 가구의 유아·아동에 상대적으로 집중된 것으로 조사됐다.

노동시장 관련 조사에서는 사업체 규모에 따라 임금과 복지, 고용 안정성, 노동생산성, 영업이익률의 격차가 큰 것으로 조사됐다. 근로자 300인 미만 사업체의 임금은 300인 이상 사업체의 39.3~76.4%에 그쳤다. 사회보험 가입률은 300인 이상 사업체의 경우 95.0%에 달했지만, 1~9인 사업체는 40.8%로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1994년에서 2013년 사이 만 65세 이상 노인 인구는 2.2배 늘면서 같은 기간 인구증가율(10%)보다 높았다. 노인 범죄율은 노인 인구증가율보다 더 가파르게 상승했다. 인구 10만명당 61세 이상 형법 범죄자 수는 같은 기간 25.6명에서 151.5명으로 급증했다.

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