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반도체기업 아익스트론을 사들이려던 중국 펀드가 인수 포기를 선언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국가 안보를 위협할 수 있다는 이유로 인수에 제동을 건 지 1주일 만이다. 중국의 ‘반도체 굴기(起)’에 차질이 빚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중국 푸젠그랜드칩투자펀드(FGC)는 9일 홈페이지에 미국의 반대로 아익스트론 인수 계획이 무산됐다고 발표했다. 푸젠 측은 “인수 약정상 조건을 실현할 방법이 사라져 계약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고 밝혔다.

푸젠은 인수 포기 결정의 사유로 미국 정부의 반대를 들었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2일 푸젠에 아익스트론의 미국 자회사 인수 계획을 “완전히 영구적으로 포기할 것”을 명령했다. 미 재무부도 “아익스트론의 기술은 군사적 용도가 있다”며 “외국의 이익에 따라 움직이는 집단이 국가 안보를 해칠 수 있다는 신뢰할 만한 증거가 있다면 대통령의 권한으로 인수를 중단하거나 막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정부가 제동을 건 이후 시장에서는 아익스트론이 미국 자회사를 떼어내면 푸젠의 인수 계획이 승인받을 가능성이 남아 있다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1983년 설립된 반도체설비 공급 회사 아익스트론은 적자가 심해지고 있다. 푸젠은 중국 정부의 승인을 받아 지난 7월 6억7000만유로(약 8300억원)에 아익스트론을 인수하겠다는 제안서를 제출했다.

아익스트론 인수 실패로 중국의 반도체 굴기는 차질이 불가피하게 됐다. 중국은 자국 반도체산업 투자를 대폭 늘리는 한편 미국, 대만 등 해외 반도체기업의 인수합병(M&A)에 적극 나서고 있다.

강동균 기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