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부문, 거래수단 변경·외화 환전…"개인 동참열기는 미미"

환율방어 비상이 걸린 터키에서 당국과 공기업을 중심으로 '금·리라 사기' 캠페인이 시작됐다.

공공부문이 보유한 달러를 리라로 바꾸고, 결제 수단을 리라로 변경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고 관영 아나돌루통신 등 터키언론이 8일(현지시간) 일제히 보도했다.

에너지 유통을 관리하는 에너지시장감독위원회(EPDK)는 천연가스 공급계약을 달러에서 리라로 변경하기로 했다.

터키항공은 터키에서 출발하는 성지순례 승객의 운임을 리라로 결제하게 할 계획이다.

통신사업자들도 터키 내 무선통신 관련 비용 결제를 리라로 하기로 결정했다.

터키당국은 또 공공 서비스 민영화 입찰도 모두 리라를 기반으로 할 방침이다.

앞서 이달 7일 국방부는 방위산업기금의 현금성 자산 2억6천200만달러와 3천130만유로를 모두 리라로 바꿨다고 발표했다.

터키 증권거래소인 '보르사 이스탄불'도 보유 현금을 리라로 교환했다.

이러한 움직임은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이 이달 2일 이후 여러 차례 "달러를 팔아 리라나 금을 사라"는 호소에 부응한 것이라고 터키언론은 분석했다.

'리라·금 사기'는 환율 방어 목적이라는 면에선 1990년대 후반 한국 외환위기 당시의 '금모으기 캠페인'과 비슷하다.

그러나 공공부문이나 규제 영향을 많이 받는 업계를 제외하고, 1990년대 후반 한국과 같은 국민적 동참 열기는 감지되지 않는다.

한인 유학생 차모(28·이스탄불)씨는 "일반 개인은 리라 환전하기에 관심자체가 없는 편"이라고 전했다.

리라화의 끝모를 추락에 중산층 이상은 경제활동에 달러·유로 선호현상이 더 강화되는 모양새다.

터키의회 제1야당 '공화인민당'(CHP)의 케말 클르치다로을루 대표는 6일 의회에서 "자영업자들이 가게를 빌릴 때에도 달러나 유로로 계약한다"고 실태를 지적했다.

클르치다로을루 대표는 이어 여당 지도부와 정부 고위직을 겨냥, "모든 정치 지도자들이 재산을 공개할 것을 촉구한다"면서 "누가 리라를 신뢰하고, 누가 그렇지 않은지 보자"고 말했다.

(이스탄불연합뉴스) 하채림 특파원 tr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