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억 유로 자본확충 기한 12월 말→1월 중순으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은행이자 이탈리아 3위 은행인 '방카 몬테 데이 파스키 디 시에나'(BMPS)가 도산 위기에 내몰린 상황에서 유럽중앙은행(ECB)을 상대로 자본확충 기한을 연장해달라고 공식 요청했다.

BMPS 이사회는 ECB 산하 감독 당국에 서한을 보내 50억 유로(약 6조2천억원) 상당의 자본확충 기한을 1월 중순으로 미뤄달라고 요청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 서한에 따르면 BMPS는 이탈리아 개헌 국민투표 부결과 마테오 렌치 총리 사임 이후 정치적 불안이 고조됐다는 점을 들어 새 정부가 구성될 때까지 자본확충을 마무리 짓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지난 7월 유럽금융감독청(EBA)이 역내 61개 은행을 상대로 실시한 스트레스 테스트에서 꼴찌를 차지한 BMPS는 올 연말까지 50억 유로의 자본확충을 마무리해야 한다.

이탈리아 정부는 우선 민간 차원에서 BMPS 구제를 도모하고 있지만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현재 10억 유로의 부실채권을 주식으로 전환하는 데 가까스로 채권자들의 동의를 얻었고 카타르 투자청으로부터 10억 유로를 투자받기 위해 애쓰고 있지만, 국민투표 부결로 투자 유치에 난항을 겪고 있다.

만약 ECB가 기한 연장을 허가하지 않는다면 수일 안에 이탈리아 정부가 구제금융 자금을 투입하게 될 것이며, 유럽연합(EU)의 새 규정에 따라 채권자들이 손실을 떠안게 된다.

결국 이탈리아 정부가 BMPS에 자금을 투입하는 과정에서 이탈리아 은행 시스템, 더 나아가 유럽 금융 시스템에 타격이 불가피해지는 셈이다.

BMPS의 한 관계자는 "ECB가 기한을 연장해주지 않는다면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며 "우리는 고작 5주 정도 더 달라고 요청했다"고 강조했다.

ECB는 이르면 8일 이 요청에 대해 검토할 예정이다.

한편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8일 이탈리아의 국가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국가 신용등급은 'Baa2'를 유지했다.

(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heev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