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미국의 자동차 전자장비(전장) 업체 '하만'(Harman)을 인수한 데 이어 전기자동차 업체 테슬라에 차량용 반도체를 공급한다.

미래 성장동력으로 점찍은 자동차 분야에서 가속 페달을 밟는 모양새다.

8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최근 미국의 대표적 전기차 업체 테슬라와 주문형 반도체(ASIC) 파운드리 계약을 맺은 것으로 전해졌다.

ASIC 파운드리는 고객사가 요구한 설계 사양과 기능에 맞춰 반도체를 설계·제조해 납품하는 형태다.

통상적인 파운드리가 제작만 맡는 것과 달리 설계까지 직접 한다는 게 차이점이다.

삼성전자는 테슬라에 자율주행차의 핵심 시스템온칩(SoC)을 공급할 것으로 알려졌다.

테슬라는 그동안 이 칩 기술을 이스라엘의 모빌아이로부터 공급받았으나 최근 테슬라의 자율주행 모드로 운행하던 운전자가 사고로 사망하자 다른 공급선을 고민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계약은 설계부터 시제품 생산, 양산까지 3년 안팎이 걸릴 장기 프로젝트가 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계약에 따라 그동안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 세계 1위로 군림해온 삼성전자의 반도체 사업 역량은 차량용 반도체 쪽에서도 더 강화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1월 독일의 프리미엄 자동차 업체 아우디와 손잡고 차량용 반도체를 개발하기로 한 바 있다.

당시 김기남 삼성전자 반도체총괄 사장이 독일 잉골슈타트 아우디 본사에서 열린 행사에 참석해 아우디와 전략적 제휴를 맺고 차량용 반도체 개발에서 협력하기로 했다.

삼성전자는 테슬라와의 계약을 계기로 시스템LSI 사업부를 둘로 쪼개 설계사업부와 파운드리사업부로 나누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는 반도체 파운드리 계약에 따라 고객사로부터 넘겨받은 반도체 설계도가 설계 부문으로 유출될 수 있다는 고객사들의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시스템LSI사업부 개편 방안이 검토되고 있지만 확정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정성호 기자 sisyph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