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공장’ 중국이 내년에는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이라는 ‘새 제품’을 세계에 수출할 것이라고 블룸버그통신이 8일 보도했다. 위안화 약세에 따른 수입물가 상승과 원자재 가격 급등이 중국의 물가를 끌어올리고, 이는 글로벌 교역을 통해 세계로 퍼져나갈 것이란 얘기다.
중국발 인플레, 지구촌 물가 끌어올리나
◆생산자물가 가파르게 상승

중국 정부는 매년 3월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 목표치로 3.0%를 제시해왔다. 2012년 이후 작년까지 4년간 단 한 번도 목표치를 달성하지 못했다. 지난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4%에 그쳤다.

소비자물가 선행지표 격인 생산자물가는 2012년 3월 이후 4년여간 전년 대비 하락세를 이어왔다. 제조업 부문의 공급 과잉, 원자재 가격 하락, 글로벌 수요 둔화 등이 주된 원인이었다.

지난 9월 생산자물가가 전년 동월 대비 0.1% 상승 반전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10월에는 1.2%로 상승폭이 확대됐고, 11월엔 2.3%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은 중국의 생산자물가 상승세가 내년에는 더욱 가속화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위안화 가치 하락으로 중국 내 수입물가가 뛰고 있는 데다 원유 철광석 구리 등 원자재 가격도 오름세를 지속하고 있기 때문이다.

JP모간은 중국의 생산자물가 상승률이 내년 1분기 4%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커먼웰스뱅크는 내년 3분기 중국의 생산자물가 상승률이 6%대로 치솟을 것으로 예상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생산원가 상승을 견디지 못한 중국 기업들이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수출품 가격을 인상할 가능성이 높다”며 “중국 내 생산자물가 상승이 글로벌 교역을 통해 세계로 확산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씨티그룹은 중국발 인플레이션 효과를 감안해 올해 2.2%로 예상한 글로벌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내년에는 2.8%로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골드만삭스는 중국과 교역 비중이 높은 미국 홍콩 일본 한국 멕시코 등 5개 국가가 가장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했다.

◆글로벌 디플레이션 우려 해소될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 주요국의 최대 고민은 디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 하락)이었다. 미국은 2011년 3.2%였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지난해 0.1%로 낮아졌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은 2014년 이후 2년 연속 0%대를 기록했다. 일본은 아베노믹스(아베 신조 총리의 경제정책)에 힘입어 2014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7%까지 높아졌지만 작년에 다시 0.8%로 내려앉았다.

헤지펀드업계의 대부 조지 소로스 소로스펀드매니지먼트 회장은 올초 다보스포럼에서 “세계 경제가 1930년대 대공황 이후 80여년 만에 처음으로 디플레이션에 빠질 가능성에 직면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이런 사정을 감안하면 중국발 글로벌 인플레이션은 세계 경제 전체에 득이 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중국의 생산자물가 상승률이 기대에 못 미칠 수도 있다. 중국 정부의 거시경제정책 기조는 지난 1분기를 기점으로 ‘과열 억제’로 돌아섰다.

중국 정부는 경기 부양을 위해 2014년 11월 이후 각각 여섯 차례에 걸쳐 기준금리와 지급준비율을 인하했지만 달라졌다. 지난 3월 이후엔 단 한 번도 기준금리나 지준율 인하 카드를 쓰지 않았다. 10월부터는 부동산 가격 급등세를 억제하는 각종 규제책을 시행하고 있다.

중국의 부진한 수출이 중국발 인플레이션의 파급효과를 약화시킬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중국 해관총서(관세청)에 따르면 중국의 월간 수출(달러화 기준)은 10월까지 7개월 연속 감소(전년 동월 대비)하다 지난달 0.1% 증가하는 데 그쳤다.

베이징=김동윤 특파원 oasis93@hankyung.com